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림가희 Jun 02. 2022

 「은퇴하고 즐거운 일을 시작했다」

사회복지사의 서재 독서 기록

100세 시대를 사는 지금. 정년퇴직 시기는 55세~65세 사이. 우리 엄마만 보더라도 새 일자리 구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직장에서 불합리를 겪더라도 웬만하면 참아야 마지막까지 일할 수 있다.

퇴직 이후에 50년을 먹고, 살아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물론 당장 닥칠 일이 아니고, 걱정만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는 것쯤 잘 알고 있다.


20대는 사회에 적응하며 내 자리를 만들어 가는 시기를 보냈다. 시간 참 더디게 가는구나 싶더니 어느새 30대가 됐다. 29살의 나와 30살의 내 상황은 별 차이가 없고, 생활이라고 나아졌다 할만한 게 없다. 반면에 친구와 나누는 대화 주제가 달라졌다. 이직과 퇴직을 고민하고,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 그리고, 결혼과 출산. 옛날에 비하면 정책이나 육아 환경이 좋아진 게 분명하지만, 커리어를 지키면서 괜찮은 엄마가 되기에 무거운 마음이 든다. 종종 아무것도 모를 때 해야 하는 게 결혼이라는 말을 들었다. 어느 정도 공감한다. 알아 버리니까 주저하게 되는 게 있다. 그래도 준비된 채 맞고 싶다. 예측할 수 있어야 안정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아서.


명예라는 포장지 속에 권고사직, 주변에 만류에도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정년을 마쳐서라던가 여러 이유로 퇴직 이후 새 직업을 선택한 아홉 명의 인터뷰집이다. 앞서 읽어본 인터뷰 책 대부분은 질문과 답변을 번갈아 써 내려가는 구조였는데 #은퇴하고즐거운일을시작했다 는 담화가 연속되는 문장으로 쓰여 있어 흐름대로 읽고, 이해하기 수월했다.


돈이 안 되는 즐거운 일부터 시작해보란 조언이 있었다. 재밌는 일이 돈이 된다면 좋겠지만, '돈'을 인생의 중심이 둔다면 기운이 안 난다. 가져도 부족하고, 더 원하게 돼서 그런지.


아직 한창 일할 나이에 퇴직이 맞겠냐고 말을 들었을 때도 흔들리진 않았다. 갖춰진 거 하나 없이 담담했던 건 선택도 내 몫이고, 후회도 내 것이니까!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나도 모르는데 남이 알 게 뭐야.


쉬는 동안 돈 안 되는 일만 하고 있다. 배우느라 취미 만드느라 장창 돈만 쓴다. 적당히 벌고, 행복하게 쓰면서 즐겁게 일하고 싶다.


잘 풀린 이들의 이야기가 헛된 희망을 품게 한다고 볼 수 있을까. 인생 자체가 선택으로 이뤄져 있는 걸 뭐. 나도 꿈은 꿔볼 수 있지.

매거진의 이전글 「백설공주는왜자꾸문을열어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