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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가희 May 19. 2022

따로, 또 같이

국내여행 에세이 - 부산편

이번 부산 여행은 기차를 타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 이후로 비행기 길이 막혀 탈 일이 없었는데 공항에 간다니 설레어서 밤을 새웠다. 나는 비행기에 올라타는 것보다 공항 입구에 들어서서 발권하는 그 순간이 가장 여행답다고 느낀다.


제일 먼저 공항에 도착해서 항공권을 수령하고,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이어폰 너머로 들리는 소음은 삼삼오오 모인 사람의 들뜬 목소리.


이전에 검색대에서 시간이 지연되면서 인천공항 안에서 이름이 불리고, 찾아온 승무원과 함께 비행기에 뛰어 들어간 적이 있다. 끔찍했던 기억이다. 저가 항공을 이용해서 탑승구가 너무 멀어 목에선 비린 맛이 나고, 이미 앉아 있는 사람들 눈초리를 받으며 자리에 앉는 과정까지 최악이다.


오랜만에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발을 동동 굴렀다. 수시로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는 내 모습이 불안하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예민해 보일지 모르는 모습에도 일행은 감정이 동요되지 않는다. 다행이다.

나홀로 여행을 좋아한다. 식욕이 없어서 식도락 여행을 즐기지도 않고, 일정을 촘촘히 세우고 웬만하면 전부 실행하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다인원이 함께하는 여행에 적합한 성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오랜만에 부산에 가야지 싶어 계획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날 만난 친구들에게 "부산 같이 갈래?"라고 물었다. 뜬금없이, 생각이 마치기 전에 입을 뚫고 나갔다.


네 명의 친구와 함께 가는 여행이 몇 년 만인지. 평소 나의 여행 방식이 부담을 줄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계획이 없으면 시간을 낭비할 수 있으니 참고만 해달라고 말했다. 좋은 곳에는 더 머물러도 좋으니 일정을 변경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계획을 세울 땐 가지를 늘려가며 여러 방안을 고려한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생기지 않길 간절히 바라면서.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행은 평소 습관과 생각을 바꾼다.


이번 부산 여행은 기차를 타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 이후로 비행기 길이 막혀 탈 일이 없었는데 공항에 간다니 설레어서 밤을 새웠다. 나는 비행기에 올라타는 것보다 공항 입구에 들어서서 발권하는 그 순간이 가장 여행답다고 느낀다.


제일 먼저 공항에 도착해서 항공권을 수령하고,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이어폰 너머로 들리는 소음은 삼삼오오 모인 사람의 들뜬 목소리.


이전에 검색대에서 시간이 지연되면서 인천공항 안에서 이름이 불리고, 찾아온 승무원과 함께 비행기에 뛰어 들어간 적이 있다. 끔찍했던 기억이다. 저가 항공을 이용해서 탑승구가 너무 멀어 목에선 비린 맛이 나고, 이미 앉아 있는 사람들 눈초리를 받으며 자리에 앉는 과정까지 최악이다.


오랜만에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발을 동동 굴렀다. 수시로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는 내 모습이 불안하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예민해 보일지 모르는 모습에도 일행은 감정이 동요되지 않는다. 다행이다.




'따로'와 '같이'는 상충하는 말이지만 이렇게 말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나를 포함해 5명이 다니다 보니 딱 맞게 짝지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홀수라 한 명은 자리도 떨어져 앉아야 하고, 서로 배려하다 보면 별거 아닐 거 같은 한 자리가 별거가 된다.


일정을 이어 나가는 와중에 자리를 벗어나기도 하고, 길고양이랑 놀기도 했다. 어느새 내 옆에 일행이 와 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내가 그들 곁으로 돌아가면 됐다. 이탈한 이유를 아무도 묻지 않는다. 다만 뭘 보고 왔는지 즐거웠는지 그것만 궁금해했다.


왜 그럴까 헤아려보니 다섯 명이 서로 닮은 점과 다른 점이 분명하게 있어서란 생각이 들었다. 촘촘한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과 여유로운 여행이 되길 바라는 사람이 섞여서 둘 셋씩 새로운 조가 만들어졌다가 식당에 가선 다양한 먹거리를 맛보고 싶은 사람과 하루 한 끼만 제대로 먹고 싶은 사람이 모여 또 다른 조를 만들었다.


나홀로 여행에서의 나다운 자유와 달리 단체의 묘미는 쉼 없는 대화와 웃음인 듯하다. 공항에서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고, 재잘대던 목소리가 모두 멈춘 그 순간. 혼자 있음을 실감했다. 아쉬움과 더불어 느껴지는 씁쓸함이 친구들과 하는 여행의 끝맛이라니.


저녁에 약속된 수업이 있어서 공항 안 카페에 앉았다. 어두워지는 바깥 하늘, 점차 줄어드는 사람과 소음, 조용해진 공항. 쉬는 시간에 카페를 나와 공항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나왔다.




몇 년 전과 다르게 아쉬운 마음을 빨리 정리할 수 있었다. 이 기분은 즐거웠기 때문에 딸려 나온 감정이라는 믿음과 돌아갈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가족이 생각나서.


집에 가는 길, 관찰자 시점에서 찍어둔 영상을 모아 우리의 시간대로 편집했다. 완성된 영상 기록을 전송하고, 사회복지사 필사방에 인증할 시를 골랐다.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행복>, 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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