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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가희 May 20. 2022

어떤 시선은.

국내여행 에세이 - 부산편

스마트폰 지도를 집중해서 보고 있는 서울 사람을 보고 말을 건네는 사람을 여럿 만났다. 묻지 않았는데 알려주는 건 오지랖이라고 하지만, 여행에서만큼은 정이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버스 안, 뒤쪽에서 캐리어가 빠른 속도로 내려와 '쾅!' 하더니 돈통을 쳤다. 버스 안에 있던 사람이 모두 놀라 깰 정도로 큰 소리였다. 곧이어 캐리어 주인이 내려와서 가져갔다. 주인은 사과의 말도 없이 유유히 짐만 챙겨 자리로 돌아가니 옆자리에 앉아 있던 어머님께서 화를 내셨다. 버스에 캐리어를 갖고 타지 않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지난번엔 캐리어 갖고는 못 타게 거부했었다, 사람이 서 있었으면 크게 다쳤을 일 아니겠냐.

틀린 말이 아니다. 그 자리에서 필요한 말이었다. 갈등은 최대한 피하고 싶은 인간의 마음이 모였는지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 침묵하고 있었다.​


그동안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곤 도착지까지 거리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봤는지 옆자리 어머님께서 두 정거장 남았다고 알려주셨다. 본인도 딸이랑 내릴 거라면서. 초행길에다가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주섬주섬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버스가 멈추면 그때 하라고 하신다. 아이들하고 외출할 때 하던 말을 듣고 있다니. 멋쩍게 웃으면서 그러겠다고 했다. 이어서 빨리 내리려고 하다가 다칠 수 있고, 와중에 다친 사람이 손해라는 말. 그러니까 멈추면 나가자고 하신다.


주어진 시간은 두 정거장. 자연스럽게 나와 어머님은 대화를 나눴다.


얼떨결에 따님과도 인사하고, 동시에 버스에서 내렸다. 달맞이길 가는 길을 알려주고, 근처 맛집과 할인받을 방법까지. 덧붙여서 부산에서 즐거운 시간이 보내길 바란다는 마음도 전해 받았다.




다음 날, 남포동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흰여울문화마을이 목적지라는 걸 알게 된 할머님께서 지금 오는 버스를 타라고 안내해주셨다.

주변을 살펴보는 눈이 싫지 않다. 어떤 시선은 사람을 도와주고, 위험에서 구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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