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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가희 May 20. 2022

나쁜 사람 만나면 더 빨리 도망가야 해!

국내여행 에세이 - 부산편

골목에서 편히 잠을 자고, 사람하고 같이 사는 모습이 좋았다. 가방 속에 츄르 다섯 개가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간식을 주지 못했다. 고양이 N번방이 나날이 늘어나고, 잔인해서 겁이 났다. 어쩌면 배고픈 것보다 사람 손길에 익숙해지는 게 위험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보고 빨리 도망치는 고양이를 만나면 안심되기까지 했다. '나쁜 사람 만나면 더 빨리 도망가야 해' 하는 마음으로.

이곳에서 만난 고양이는 사람이 오고 가는 골목에서 잘 잔다. 사람 목소리와 손길에도 익숙한듯했다. 적당히 양보하면서 같이 살아가면 좋겠는데. 쏘다니면서 작은 발자국을 담았다.


몇 년 전, 남자친구 회사에서 시멘트를 발라 두고 다음 날 출근했더니 고양이 한 마리가 놀다 갔나 보다. 고양이가 걸어간 길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줬다. 다들 전날 고생했을 건데 다시 시멘트를 부었다고. 웃음 반 속상함 반이었겠지만, 우연히 일어난 일이니까 그저 그렇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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