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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가희 May 25. 2022

일도 많고, 탈도 많은 건물에서 먹는 카라멜라떼

국내여행 에세이 - 부산편

"내려가자. 과거 백제병원이 카페가 된 곳이 있어 거기 카라멜라떼 정말 맛있거든. 부산에 오면 그곳에 꼭 들러. 먹으러 가자." 카라멜라떼가 맛있었다고 요란하게 떠든 바람에 메뉴 선정이 끝났다. 다른 게 먹고 싶어도 카라멜라떼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금시에 브라운핸즈(구 백제병원) 카페에 도착했다. 마감을 앞둔 시간이라 그런지 그 많던 사람이 없다. 원하는 자리에 앉아서 음료를 주문했다.


매장 주인도 아닌데 라떼가 나올 때까지 이렇게 떨릴 수는 없다. 한 입, 두 입 마시고는 정말 맛있다며 큰 눈과 표정으로 반응해 줬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고택이 현대에 와서 다른 공간으로 바뀌었다. 사진이 보여주는 역사를 눈에 담고, 카페를 둘러본다. 커피 향을 잔뜩 흘리는 여기가 병원이었다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공간을 뛰어넘기보단 평행세계가 조금 더 취향이다. 음료 제조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는 동안 한쪽에선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곧이어 중화요리가 식탁에 오르내리고, 일본인이 들락날락하는 숙소였다가 해방을 맞았다. 장면이 바뀌면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축하 속에 버진로드를 걷는다.

화재를 겪은 후 지금의 카페가 됐으니 일도 많고, 탈도 많은 건물이다. 훗날엔 어떤 용도로 쓰일지 모르겠지만, 해줄 이야기가 많은 건물이 남아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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