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고 따사로운 나의 겨울동화'를 주제로 글쓰기
글방지기 리무에요. 요 며칠 흐린 날이 계속되고 있어요. 아침에 커튼을 걷을 때 겨울 햇살을 느끼고 싶은데 여전히 어둡고 추워요. 그래도 지난달 혹독한 출장 스케줄에 익숙해진 덕분인지 새벽에 일어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야옹글방 시즌2 모임을 가졌어요. 삼송동에서 일산으로 거점을 이동한 첫 모임이었죠. 삼송에서 모임을 가질 때에는 서울에서 오고 가는 회원분들이 꽤 많았는데 거리가 더 멀어져서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먼 거리로 초청하기에 죄송하기도 하고요.
새로운 거점에서의 모임을 기획하는 게 걱정이 되지만 나름의 설렘도 있었어요. 제가 몰랐던 고양시의 북카페와 서점을 알아보는 재미가 있었거든요. 마침 가족의 소개로 백석역 근처의 '북카페 별빛서재'라는 장소를 알게 되었어요. 공간을 예약하면 별도로 분리된 방을 이용할 수 있더라고요. 경청과 몰입이 가장 필요한 글방에 안성맞춤이었어요! 공간이 주는 아늑함 덕에 '모임을 계속 이어나가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었죠.
이번 모임은 삼송에서부터 늘 함께해 주신 S님과 글방지기가 아끼는 후배 M군이 함께해 주었어요. 인원은 평소보다 적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3인 체제(?)로 운영된 겨울 회고글 모임에선 각자가 올겨울에 지낸 이야기와 근황, 고민 등을 나눴어요.
마침 모임 당일이 삼일절이었는데요. S님의 글은 현재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붕괴와 분노, 슬픔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지난 12월의 비상계엄 사태로 시작해 하루아침에 망가진 민주적인 절차와 연이어 일어나는 정치적 갈등, 공동체의 붕괴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혐오팔이로까지 이어진 현재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올해의 트렌드로 떠오른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와 "무해력"이라는 단어가 참 간절하게 다가오더라고요.
S님은 지난해부터 글방에서 자주 고령자 주거활동을 나눠주셨어요. 이번 겨울에도 일본에 방문하여 일본 노인주택을 탐방하면서 치매노인그룹의 노인 돌봄 사례를 보고 오셨다고 해요. S님의 주거활동 소식은 늘 흥미로워요. 제가 살아온 고향 고양시도 노인인구가 점점 많아지면서 고령화문제가 오래 지속 중이거든요. 향후 사회복지 공부에 집중하며 활동을 키워나갈 S님을 응원합니다.
글방지기가 아끼는 후배 M군의 이야기예요. 이날 저는 참 오랜만에 M군을 만났거든요. 그동안 M군이 어떻게 지냈는지 몹시 궁금해서 귀를 쫑긋 세우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M군이 모임에서 지은 글 제목은 <20대의 마지막 겨울, 30대의 첫 겨울>이었습니다. 지난 11월부터 현재까지 큰 변화들이 많았거든요. 직장을 퇴사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며 새로운 동네에 적응하고 있고, 어느덧 서른이 된 M군은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마치 지난해의 저와 비슷했죠.)
M군이 보낸 겨울 이야기 속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눈이 많이 오는 날 혼자 강원도로 여행을 갔던 이야기예요. 차를 몰고 가던 중 흐렸던 하늘에 구름이 걷히며 푸르고 맑은 하늘이 잠깐 나타났다고 해요. 번쩍하고 사라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만나기 위해 차를 세울까 말까 망설였다고 해요. 제가 그 풍경을 본 건 아니지만, 많이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어요. 삶에서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은 스치듯 '번쩍'하고 지나가기 마련이거든요. 순간순간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더 귀하고 값지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충분해서 저도 이번 겨울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는 겨울을 굉장히 바쁘게 보냈는데요. 사업 평가 시즌이라 휴일까지 일하고 2월은 출장을 8번을 다녀올 정도로 정신없이 보냈어요. 바쁜 시즌이라는 걸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저는 이 시즌을 보내고 나면 탈진해있을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저에게 남은 건 탈진이 아닌 "깨달음"이었어요. 나를 먹여 살리는 삶의 존엄함과 숭고함이었거든요.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해도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겨울 회고글이 완성되면 여러분께 들려드릴게요.
인원은 적었지만 도란도란 따뜻하게 보낸 시즌2 첫모임을 마쳤어요. 바빠서 잠시 잊고 있었던 글쓰기 커뮤니티의 따뜻함을 다시 상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거점 이동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임의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글방지기의 고민은 '이 모임을 어떻게 알릴까?', '모여서 글 쓰고 싶어하는 사람을 어디서 찾을까?'거든요. 요즘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시도하고 있어요. 올해도 매달 마지막 주 오전에 자신의 한달을 정리하고 뿌듯한 기분으로 귀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볼게요. 다음 모임은 이번달 29일 오전 10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려요. 어떤 분들이 오실지 기대가 되네요. 그럼 저는 다시 일하러 갈게요. 좋은 아침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