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에 나
문제를 이용하는 자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낍니다. 누구의 잘못인가요? 나 자신? 가족? 사회? 국가? 인류?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주어진 결과가 너무나 참혹합니다. 현실의 불만족에 화가 납니다. 무언가 대상이 필요합니다.
사회는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놓치지 않습니다.
빈부격차. 갖은 자와 못 갖은 자.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임대인과 임차인. 기업가와 근로자.
앞선 단계의 불만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불만족과 그 안의 분노를 이용합니다. 우리 편과 상대편으로 편을 가릅니다. 이것을 멋진 말로 정치를 한다고 합니다. 정치공학이죠. 좌와 우로 대립이 됩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누군가 나의 분노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나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고 있습니다. 나와 너로 나뉘게 됩니다. 우리 편과 상대편.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모두가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 당연한 사회적 경쟁 구조를 이용합니다. 사교육 시장.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전하였습니다. 복잡한 구조 속에 교육 시장의 계층 간 분화가 일어났습니다. 얼마 전 이러한 사교육 시장을 반영한 유명한 드라마가 있었죠. '스카이캐슬' 해당 드라마를 보면 입시 코디라는 새로운 직업을 볼 수 있습니다. 대학 입시를 코디해 주는 직업으로 학생 1인당 수억 원의 컨설팅 비용을 받습니다. 드라마니까 그렇다고요? 현실 세계는 더 치열합니다.
취업 시장에서도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토익, 자격증 등 각종 학원, 스타강사, 인터넷 강의. 취업이 힘들어지자 공무원 시험이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노량진은 지금 역사상 최대 호황기입니다. 학원뿐만 아니라 주변 고시원, 독서실, 음식점 등 막대한 경제적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인턴십 제도를 통해 유능한 인재를 저비용에 미리 이용해 볼 수 있습니다. 맘에 들면 채용을 하고, 맘에 들지 않으면 인턴십 수료증을 줍니다. 인턴십 수료증만 주어도 노동의 대가는 충분히 상쇄됩니다. 현실이 그렇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있어 옳은 길, 가야만 하는 길,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 근로자의 삶이 절대적으로 옳은지, 아닌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대다수에게 강요되어온 이 길은 점점 좁아지는 길입니다. 과도한 경쟁이 지속되고 있고 그 안에는 말 그대로 출혈 경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출혈 경쟁은 그 안의 경쟁자들에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출하지도 않아도 될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게 만들죠. 그리고 그 과다 지출된 비용을 수취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비용은 과다해지고, 과도한 비용은 누군가의 수익으로 전환되어 그것을 이용해먹는 사람들의 이익과 자산을 증식시키고 있습니다. 정치인, 기업가 등 이익을 가져가는 집단.
이익을 가져가는 집단을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집단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러한 것을 인지했다면 어느 쪽에 설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 과도한 경쟁에 투입되어 출혈 경쟁을 지속할 것인지, 그 경쟁에서 탈피하여 출혈 경쟁의 과실, 즉 이익을 수취해갈 것인지.
근로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변화시키는 것은 선택입니다. 내가 그러한 과정을 걸어왔다고 남은 인생도 계속해서 그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내 자식 또한 그 길을 걷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