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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의 향기

기름진 쌀밥의 추억

by 임래청




오늘따라 밥을 먹으면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왜냐하면, 가난할 때는 배고파 음식을 정신없이 먹었으며, 살만한 지금의 식탁은 맛을 찾아 음미하며 먹는다. 그런데 오늘은 그 느낌이 좀 색다르다.

지금까지 그저 “하나님, 음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라고 기도하고 먹는 것이 아닌 음식의 느낌을 찾아내야 한다. 이런 과제물은 처음이다. 내가 조리사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사람들은 그런다. 쌀 한 톨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수고와 땀이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오늘 이 식탁의 하얀 쌀밥은 더욱 향기가 진하다, 고소하면서도 내 코끝을 자극하는 내음은 따스하다는 것이다. 나의 식탁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은 그리 예쁘지는 않은 그릇에 정겹게 담겨 있다. 특히 이 밥은 의미가 더욱 깊다. 우리는 늘 무공해 쌀을 먹는다, 울산 근처 시골에서 큰 처남과 작은 처남이 그리 크지 않은 쌀농사를 하는데 해마다 12월 초에 갓 수확한 쌀을 보내주신다. 우리는 그 쌀을 30년째 먹고 있다. 그런데 작은 처남이 작년 쌀은 조금 빨랐다. 왜냐하면, 작은 처남이 말기 암에 걸려 언제 세상을 떠날 줄을 모르기에 마지막이 될지 몰라 속히 수확하여 평년보다 한 달 빨리 보내주신 것이다. 그런데 30년 동안 쌀을 보내주셨던 작은 처남이 2주 전 세상을 떠났다.

아내는 밥을 하면서도 오빠를 생각한다. 훌쩍 떠나버린 오빠가 아주 불쌍하고 고맙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아내의 작은 오빠가 힘들게 농사지어 보내주신 쌀을 먹고 있다. 그래서인지 쌀밥의 향기는 더욱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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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밥을 먹으면서 밥맛의 향기를 느끼려 해도 내가 초등학교 때 먹었던 그런 맛은 없다. 아무 반찬이 없이 따뜻한 밥을 학교에서 돌아와 밥솥을 열고 한 숱 갈 떠먹을 때 났던 그 향은 지금 느낄 수 없다. 나는 오늘도 김을 밥에 싸서 먹는다. 그런데 김 맛의 향기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물어본다.

“여보 요사이는 왜 김 맛이 이렇게 없지? 너무 흔한 음식이 되어 매일 먹어서일까? 라고 물어본다. 향을 찾으려 하지만 향이 사라진 밥상, 나는 오늘도 그런 밥상을 받고 있다.

어리굴젓과 겨울 돔, 그리고 생미역, 그래도 생미역은 가끔 먹는 음식이라 그런지 바다 내음이 내 입가에 맴돈다.

“여보, 제철에 나는 것이 제일 맛있어, 그러니 비싼 것 사지 말고 이런 미역과 겨울 돔으로 요리하면 최고여.”라고 말한다.

오늘따라 된장찌개의 맛이 진하다. 늘 먹는 음식이지만 최고이다. 그런데 사실은 난 된장보다 청국장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아내가 집안에 냄새가 난다고 잘 해 먹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 밥상에서의 된장찌개로 만족해야만 하고 그냥 맛있게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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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밥상도 단조롭다. 왜냐하면, 물가가 워낙 비싸다. 마트나 시장에 아내와 함께 가보면 실감이 난다. 그래서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먹지 못하고 참을 때가 많다. 아내와 함께 식탁을 위해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입씨름한다. 나는 먹고 싶고 아내는 돈 걱정을 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집에 돌아올 때

“여보 뭐 사갈 것 없어요? 라고 전화를 하고는 마트에 가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사 와서 요리해 먹는다. 아내는 못마땅해하지만 내가 직접 요리를 곧잘 해 먹기 때문에 별 탈은 없다. 오늘 저녁의 밥상은 세상을 떠난 오빠의 손길이 진하게 베여있는 애절한 향기가 피어나는 밥상이 되었다.

“여보, 이 쌀 아껴먹자 응?” 아내가 눈물을 글썽이며 묻는다.

“그래 알았어, 참 고마운 오빠였는데…….”

밥상에서 향기를 음미하며 먹는 그런 시간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향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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