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만 명의 영혼이 담긴 원고 가방을 메고
190만 명의 영혼이 함께 길을 떠나다
오늘 나는 190만 명의 영혼이 담긴 가방을 메고,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을 떠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 가방의 무게는 고작 몇 킬로그램의 노트북과 종이 뭉치이지만, 그 안에는 캄보디아의 눈물과 진실이 꽉 차 있습니다.
지난 며칠간 저는 이 가방을 제대로 꾸리기 위해 낡은 노트북과 치열한 사투를 벌였습니다. 한글과 크메르어를 오가는 작업 중에 글자가 깨질 때마다, 마치 그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전달되지 못하고 흩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수차례의 초기화와 설치 실패... 하지만 오늘 저녁, 화면에 선명하게 뜬 'សួស្តី(안녕하세요)'라는 글자를 보며 저는 비로소 안도했습니다. 이제야 그들에게 안부를 묻고,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할 준비가 된 것입니다.
사실 이 원고는 제 몸의 상처로 쓰인 기록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던 중 불의의 사고로 광대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고, 지난 8월에는 뎅기열의 고통 속에 펜을 놓을 뻔한 위기도 있었습니다. 쏟아지는 코피를 닦아내고 뎅기열 후유증을 견디며 깨달은 것은, 저의 고통이 캄보디아 영혼들의 아픔과 닮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고통은 오히려 저를 그들에게 더 가까이 데려다주었고, 기록을 멈추지 말라는 위로가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잊으라 말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기록해야만 하는 이야기.” 그 믿음 하나로 오늘 밤, 나의 진심을 알아봐 줄 출판사들을 향해 이 무거운 가방을 보냅니다. 이 여행의 끝에 누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190만 명의 영혼이 저와 함께 걷고 있기에 저는 멈추지 않겠습니다.
세상이라는 문 앞에 놓인 이 가방이 누군가의 손에 닿아, 캄보디아의 진실이 따뜻하게 피어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