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나는 그들을 오만하게 판단했습니다"

탁발 행렬에서 배운 화해

by 임래청
탁발 행렬의 주황색 물결 속에서 발견한 진정한 '화해'

이른 아침, 캄보디아의 거리는 주황색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맨발로 공양을 받기 위해 한 줄로 길게 걸어가는 풍행으로 시작된다.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라오스나 태국 등 인도차이나반도의 국가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일상의 풍경을 나는 오랫동안 인상 깊게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이 행위를 ‘탁발’이라 부른다. 그것은 단순히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음식을 얻는 행위를 넘어, 가진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공덕을 쌓는 그들만의 경건한 종교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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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무릎을 꿇고 정성스레 공양을 올리며 자신과 가족의 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 무척이나 경건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선교사로서 나의 내면에는 늘 안타까움과 거부감이 교차했다.


영혼 구원에 대한 갈망도 없이, 그저 복을 받기 위한 기복적인 행위에 불과해


나는 그렇게 단정 지었다. 진리를 알지 못한 채 허무한 일생을 사는 불쌍한 영혼들이라고 그들을 판단했다. 나의 시선은 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굽어보는 베푸는 사람의 오만함의 태도였고, 그들의 문화를 영적 무지로만 치부하며 내 마음의 문을 닫아걸었다.

그러나 어느 날 아침, 여느 때처럼 탁발하는 스님들을 묵묵히 바라보던 내 마음속에 커다란 울림과 함께 깊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아, 저들 역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진리를 찾고, 삶의 고통스러운 문제들을 해결하려 처절하게 애쓰는 사람들이구나.”

그 순간, 내가 한국에서 잘 짜인 완벽한 예배 형식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려 했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형식은 달랐지만, 나 역시 나만의 익숙하고 완벽한 틀 안에서 하나님을 가두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들 역시 그들이 아는 가장 진실한 방식으로 삶의 복을 구하고 진리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던 것이다.

그 깨달음 이후, 그들은 더 이상 불쌍한 영혼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생명의 근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진정한 생명수를 알지 못하는 그들을 향해 판단의 칼날을 들이댔던 나의 시선이 얼마나 오만하고 교만했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이, 결국 진리를 향해 목말라하는 똑같은 영혼의 여정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인정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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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캄보디아에서 두 가지의 길을 보았다. 하나는 매일 아침 영혼 없는 공양처럼 보일지라도 절실하게 복을 구하는 길이며, 다른 하나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죄 용서를 얻고 영원한 구원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는 길이다. 우리 디모데교회의 어린 영혼들은 주일마다 목청이 터지라 찬송을 부른다. 비록 그 가사의 깊은 뜻을 다 헤아리지는 못할지라도, 아이들은 진정한 구원을 향해 온몸으로 나아가고 있다.


“오호라 너희 모든 목마른 자들아 물로 나아오라 돈 없는 자도 오라 너희는 와서 사 먹되 돈 없이, 값없이 와서 포도주와 젖을 사라” (이사야 55:1)


이사야서의 이 장엄한 외침이야말로 헛된 공덕의 쌓기가 아닌, 자격 없는 자에게 거저 주어지는 은혜로의 초청이라는 복음의 핵심을 관통한다. 복음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내 기준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제 다시는 그들을 내 잣대로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예수님의 사랑으로 그들과 손을 맞잡고 함께 걸어야 할 길이 있음을 깨달았다. 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어여쁜 우리 아이들과 함께, 그리고 언젠가 하나님의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될 모든 목마른 영혼과 함께 이 화해와 생명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