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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Mar 07. 2022

캐나다 계절 냄새, 봄

Life in Canada

입은 옷의 무게가 가벼워진 만큼 기온은 올라갔다. 드디어 영상권으로 회복한 기온, 봄이 오는 건가. 지겹도록 왔던 눈과 비들은 멈추고 하늘은 드디어 화창한 하늘을 보여줬다. 공기의 온도가 바뀌고 풍경의 무게감마저 가벼워진 느낌이다. 


캐나다에서 두 번째 봄이다. 첫 번째 봄은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 2020년 4월. 처음으로 느꼈던 무력감과 당혹감으로 기억한다. 그때의 캐나다에 더 머물기 위해 영주권을 도전했었지만, 바이러스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멈췄고 캐나다 특유의 여유는 무기력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세웠던 목표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비자 기간은 끝을 향해 달렸었고, 나는 한국으로 삶의 방향을 틀었다.


돌고 돌아 다시 맞이한 캐나다의 봄. 봄 공기를 깊게 들이쉰다. 아직 조금은 차가운 바람이 몰려와 내 얼굴을 스쳤다. 처음이었던 캐나다 봄의 무력감이 떠올랐다. '그래. 이런 봄 냄새가 느껴질 때 즈음 나는 한국으로 돌아갔었지.' 하는 추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예측 불가한 것들이 일상이었던 나날들. 그날들은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렸다. 


다시 숨을 깊게 들이쉰다. 겨울에 쌓인 감정들이 상쇄되는 기분이다. 지난겨울이 새겨버린 눈 속의 추억들은 사라졌다. 무엇인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상쾌하면서 아무 일이 생기지 않았음에 기분이 좋아지는 계절이다. 이유 없는 긍정과 다짐들이 솟구쳤다. 역시 인간은 자연에게 있어 한없이 작은 유기체이다.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들을 해야 한다. 그것은 당연히 하기 싫은 것들이겠지만 정말 원한다면 해야 한다. 새로운 삶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따뜻해진 공기를 깊게 들이쉰다. 다시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고 가닥 넘어지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흐르는 시간에게 지지 않을 것이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봄철의 밤, 산 머리에 남긴 눈처럼 곳곳에 아직 겨울이 묻어있다. 바람은 아직 산까지는 봄을 실어 나르지 못했나 보다. 지상엔 집집마다 장작을 태워서인지 지붕 위로 하얀 연기가 흩날린다. 밤하늘에 흩날리는 저 연기처럼 겨울은 가고 새하얗게 떠오른 초승달처럼 다시 봄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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