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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Mar 12. 2022

캐나다 가라지 세일 문화

Life in Canada

한 계절이 가고 다른 계절이 왔다. 점점 해가 세상에 떠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기온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날들이 늘어났다. 보통 이 맘 때쯤 떠나는 사람들이 생긴다. 겨울 한 시즌 동안 스키를 즐기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난다. 이렇다 보니 그동안 썼던 물건들을 하나, 둘씩 파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캐나다에서 보통 가정집에 가라지(Garage)를 가지고 있다. 가라지에서 다양한 것을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기계 같은 것을 스스로 고치거나, 운동을 하거나, 안 쓰는 물건들을 보관하는 용도 등 다양하게 쓰인다. 애플과 구글의 첫 발걸음 또한 게러지였다고 한다.


많은 용도로 쓰이는 게러지에서 종종 물건들을 파는 행사를 연다. 안 쓰는 중고 물품들을 차고에 진열해놓고 파는 이벤트들이 펼쳐진다. 이를 '가라지 세일'이라고 부른다. 가을과 겨울로 넘어가는 기간과 겨울이 끝나고 여름을 준비하는 기간에 가라지 세일을 많이 볼 수 있다.


가라지 세일은 나 같은 1인 가구 이방인에겐 좋은 문화인 것 같다. 대량으로 사는 것이 더 경제적인 이곳은 혼자 사는 사람에겐 물건들이 종종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가라지 세일을 하는 차고들이 눈에 띄면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둘러보곤 한다. 원래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팔아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파는 사람도 있지만, 가끔 'FREE'라는 간판을 써 붙인 채 주인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해서 작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즌에 맥주잔 2개를 줍줍했다.



3월의 봄 냄새가 심심치 않자 어드 덧 가라지 세일 기간이 찾아왔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아파트 형식이라 차고가 없어 가라지 세일을 못 보는 줄 알았다. 하지만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파트 로비에 잔뜩 물건들이 쌓여있었다.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니 'FREE'라는 글자가 써 붙어있었다. 꽤나 많고 다양한 물건들이 모아져 있었다. 평소 사려고 했던 물건들도 눈에 띄었다. 자전거를 집 안에 옮겨놓고 1층 로비로 내려와 물건들을 천천히 봤다.


마침 필요한 물건이 보였다. 소파 옆 작은 테이블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맥주를 한 잔 씩 하는데, 작은 테이블 같은 것이 필요했다. 마침내 머릿속에 있었던 모양이 있었다. 얼른 주웠다. 접시 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큰 접시, 작은 접시 각각 4개씩 있었다. 각각 2개씩만 챙기고 올라왔다. 행거도 눈에 띄어 줍줍했다. 


때마침 필요했던 것들


캐나다도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어있다. 한국처럼 당근 마켓이라는 어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고 판매 커뮤니티가 잘 활성화되어있다. 페이스북 '마켓 플레이스'라는 곳도 있고, 키지지와 같은 사이트도 있다. 그 기반엔 가라지 문화가 깃든 것 같다. 이웃들끼리 필요한 물건을 주고, 받는 문화에서 기술이 발전해 조금 거리가 있는 옆 동네에서까지 검색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특히 타지에서 혼자 왔던 나에겐 필요한 문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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