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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에서부터 제트 플립까지
<스물다섯 스물하나 리뷰>

콘텐츠 리뷰

by 림스

김태리 남주혁 김지연 최현욱 이주명 등 청춘이 살아있음을 스크린 넘어 우리에게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오랜만에 빠져 봤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과거 시대로 돌아가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드라마는 진행된다. 펜싱이라는 스포츠를 사용한다는 점이 조금은 신선한 부분이다. 누구에게나 찬란했고 새하얗게 빛났던 청춘이 있음을 알려준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렇다면 왜 펜싱이었을까?


펜싱


우리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인간관계일 것이다. 펜싱은 인간관계와 닮은 지점들이 있다. 선의 경계. 고유림과 나희도 펜싱 장면 중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장면은 동시타 장면이다. 이유는 서로의 선을 넘고 공격을 해야 득점을 할 수 있기 때문. 동시타를 칠 때 부상이 잘 나오는 펜싱은 우리 인간관계에서도 가까이 친해지고 붙어 있을수록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기 쉽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12512543543.jpg 동시타 장면


"선 넘네?"라는 말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는 지금, 우린 가끔 관심이라는 포장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줄 때가 있다. 친한 친구이거나 가족일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펜싱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득점을 하기 위해선 선을 넘어 공격해야 한다. 거리의 중요성은 펜싱에서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중요하기에 펜싱이라는 스포츠를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처음 그리고 청춘


누구나 처음이 있다. 태어나서부터 잘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이렇기에 청춘의 처음은 늘 설렌다.

그래서인지 신문 배달하던 백이진의 대사가 더 와닿았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잖아요.

그 처음이 오늘이니까

오늘까지만

서툴겠습니다.


214214.PNG 신문 배달 실수


참 당돌하면서 예의 있는 말인 것 같다. 저 말은 들은 아저씨가 아무 말도 못 하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이처럼 누구나 처음은 서툴고 어렵다. 이 드라마가 낭만적이었던 이유는 '처음'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백이진이 기자 생활하면서 실수하는 장면이나 김태리가 기자회견에서 깽판을 치는 장면들. 능숙함과 운영을 하기 위해선 시간은 필수이다. 그래서 청춘은 시간이 필요한다.


백이진과 나희도의 사랑도 그렇다. 연애는 처음이 아니었지만 사랑은 처음이었던 둘. 영원을 기대하기 쉬운 둘의 시작은 어려웠지만 그들은 무모했다. 사랑을 시작하고 둘의 시간은 엇갈린다. 자잘한 지각은 이해주 던 희도는 결국 중요할 때마다 엇갈리는 시간 앞에 무력감을 느낀다. 911 사건으로 취재를 나간 백이진은 사랑해보다는 미안해라는 말이 더 많아진다. 게다가 뉴욕 특파원으로 뽑혀 둘의 시간은 정반대가 된다. 한국 생활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귀국한 백이진은 나희도를 만난다. 사랑해보단 미안해가 더 짙어진 관계. 결국 그 관계를 정리하기 만난다. 하지만 처음이라 그랬을까. 서로 진심이 아닌 말들을 쏟아내며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124124.jpg


서로가 좋아하던 모습이 이제는 내겐 짐이 될 때, 시간이 흐르고 각자의 삶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때, 연인은 위기를 만난다. 마치 대학생 시절 만난 커플들이 취업을 하며 멀어지는 것과 같이. 둘은 더 이상 사랑에만 시간을 쓸 수 없는 나이가 된다. 세상은 우리의 슬픔 따위는 상관없이 흘러간다. 그들도 이별에게만 시간을 쓸 수 없었다. 가슴이 갑갑하고 눈물이 나도 백이진은 선배에게 보고를 해야 했고, 나희도는 훈련을 해야 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 따위는 잘 아는 나이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이 아닌 말들을 성급히 쏟아내고 결국 후회했다. 만약 당신이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무너졌다면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과거


125125.jpg ASMR과 비슷한 콘텐츠


삐삐를 쓰던 세대들이 제트 플립까지 쓰고 시대적인 낭만과 혁신을 동시에 맛 본 세대들의 이야기.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현재 자리 잡은 플랫폼이나 콘텐츠들의 최초를 볼 수 있다. 아프리카 TV같이 개인 방송을 하던 승완의 목소리 방송. 놀러 가서 다큐를 찍는 모습은 마치 유튜브와 비슷한 모양새이다. 그리고 나희도가 백이진과 같이 바닷소리와 바람소리를 듣는 모습은 마치 ASMR 유튜브 콘텐츠의 모습이다. 어쩌면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면 과거를 돌아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다.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앞을 향하지만 이해하기 위해서는 뒤를 봐야 하는 것처럼.


아쉬움


오랜만에 푹 빠져서 본 드라마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결말 부분. 희도의 남편이 백이진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희도의 남편이 나오지 않는 부분. 이 드라마를 보는 대부분 시청자분들은 희도의 남편 찾기로 보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백이진이랑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은 것은 오히려 현실적이었고, 개연성 부분에서도 훨씬 공감이 갔다. 하지만 남편이 어느 형식으로든 나왔으면 마지막 장면에서 여운이 좀 더 길게 남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라라랜드>처럼.




내 2022년 1분기를 책임졌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몰입하면서 봤고 한국 생각이 많이 났다. 외국에 살고 있는 내 마지막 이십 대에 이 드라마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치열하게 사랑하고 요란하게 우정을 나눴던 청춘들이 우리도 많이 아팠고 도전했으며 다음 세대인 너희들도 잘하고 있고 잘 해낼 것이라고 위로하며 울림을 주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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