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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Aug 25. 2021

한국과 인연이 있는 손님들

Life in Canada

일을 하고 있는 편의점에는 주로 단골손님들이 많다. 마을 한 곳, 우체국 옆, 그리고 가볍게 브런치를 하러 오기 좋은 카페까지. 공통적인 교집합은 없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이다. 우체국에 우편물을 찾으러 왔다가 장을 보러 가는 손님. 카페에서 가볍게 브런치를 먹고, 후식을 먹으러 오는 손님. 어울리지 않는 서로 그 자체가 공존할 수 있게 된 이유다. 단골손님들은 이곳이 한인이 운영하는 것임을 안다. 나도 당연히 한국인이라 생각하시는지 손님들은 가끔 나에게 한국어로 말하시곤 한다. "안녕",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인사말 등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외국인이 하는 한국어를 캐나다에서 들으니 신기했다.


항상 자그마한 강아지와 산책 겸 우유를 사러 오시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신다. 평소처럼 계산을 해드리고, 봉지에 우유를 넣는 순간 


"갬사햅니다"


잘 못 들은 줄 알고 할아버지를 봤다. 한 번 더 "갬사홥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신기했다. 웃으면서 어떻게 아시냐고 물었더니 자기 딸이 한국사람과 결혼했다고 했다. 손녀들에게 배운 단어라고 말하셨다. 나도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더니 웃으시면서 가게를 떠나셨다. 매번 오실 때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하면 감사합니다.라고 대답을 해주셨다. 영어를 쓰실 때는 걸걸한 굵은 노년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한국어만 쓰면 얇고 귀여운 아이 목소리가 나왔다. 그 부분을 듣고 싶어, 오실 때마다 항상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하고 듣는다. 눈웃음이 매력적인 할아버지시다.

  



어느 중년 백인 아저씨는 담배 단골이시다. 항상 Next Orginal King Size를 찾으신다. 그러다 보니 이제 그분이 계산대로 오시면 듣지도 않고 바로 그 담배를 꺼낸다. 어느 날 그 아저씨 옆에 딸로 보이는 아이가 서있었다. 이번엔 담배와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아이스크림은 딸에게 줄려는 모양이다. 딸은 혼혈로 보였다. 동아시아 느낌이 물씬 나는 아이였다.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니 아빠는 딸에게 "한국어로 말해봐"라고 말했다. 아이는 부끄러움을 타는지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알고 보니 아내가 한국분이셨다. 한국분 단골 한 분이 계셨는데, 그분의 남편과 딸이었다. 그분은 내게 처음 한국인 손님이셨다. 나처럼 워킹홀리데이로 왔다가 지금 남편을 만나 정착하신 분이셨다. 이후 남편은 항상 담배를 주문하면서 나에게 말을 걸어주곤 했다. 내가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을 알고 천천히 말해주고, 못 알아들으면 설명도 자세히 해줬다. 항상 무슨 일 없었냐, 여기서 수영이나 낚시해봤냐, 등 사소한 질문을 해주셨다. 경치 좋은 호수나 강도 나에게 추천해줬다. 친절하고, 나이스 하신 분이었다.



어느 더운 여름날, 손님이 없으면 가게 앞에 나와 있는다. 바람을 느끼며 가게 앞으로 자전거로 오고 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어느 장발의 백인이 가게 앞으로 왔다. 손님인 것을 눈치채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음료수를 가져와 계산대에 올렸다. 계산을 하면서 나에게 한국인이냐고 물었고, 맞다고 대답했다. 본인이 한국에서 6개월 정도 살았었다고 내게 말했다. 반가운 마음이었다. 나에게 한국 어디 살았냐, 좋아하는 스포츠는 뭐냐, 김밥, 순댓국 등 다양한 이야기를 했었다. 마침 손님이 없어 가능했다.


차례대로 대답하고, 자전거로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니 혹시 마운틴 바이크를 타냐고 물었다. 옆에 묶어놓은 자전거를 가리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휴일에 같이 타러 가자고 내게 말했다. 아직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나에게 고마운 제안이었다. 당연히 좋다고 대답했고, 번호를 교환했다. 쉬는 날 전 날에 문자 한 통만 보내달라고 했다. 알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드디어 자전거 친구가 생겼다.


이렇게 한국과 인연이 있는 손님들을 만날 줄 몰랐다. 다양한 문화권이 얽힌 나라다 보니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동양인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손님들이 고마웠다. 말 한마디에 울고, 말 한마디에 웃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이곳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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