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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Sep 01. 2021

한 달, 두 번의 급여

Life in Canada

캐나다와 한국과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이 바로 급여였다. 한국은 보통 월급 개념으로 한 달에 한 번 급여를 받지만 캐나다는 보통 한 달에 2번의 급여가 지급된다. 2주에 한 번 꼴로 봉급을 받을 수 있다. 한 달에 2번 기분 좋은 날이 고정되어 있다. 한국이나 캐나다나 노동은 언제나 쉽지 않다. 노동은 언제나 하기 싫고, 돈 많은 백수를 꿈꾸지만 꿈은 꿈일 뿐이다. 그래도 우리가 지독한 현실 문제에서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급여만 한 게 없다.


한국은 보통 개인 계좌로 급여를 준다. 하지만 캐나다는 체크(Cheque)를 많이 사용한다. 체크는 종이로 된 수표인데, 그 수표를 은행 어플로 사진을 찍으면 수표에 찍힌 급여가 내 통장으로 들어오게 된다. 또 수표를 가지고 은행으로 가면 은행 직원이 수표를 처리해 계좌로 돈을 입금시켜주는 방법도 있다. 큰 회사들은 한국처럼 계좌이체로 바로 입금시켜준다. 하지만 개인 사업이나, 사업장이 작은 곳은 종이로 된 체크를 주며 급여를 받게 된다.


Pay Cheque


종이로 된 체크를 은행 어플에 넣었다고 해서 바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표 거래가 활발하다 보니 그만큼 은행에서도 엄격하다. 은행에서 등록한 수표를 잠시 홀딩해놓은 경우가 있다. 2일~최대 6일까지. 이 수표가 가짜인지 아닌지, 발행인이 발행하는 수표가 맞는지 등 확인하는 절차를 가진다. 확인하는 절차 중 하나라도 누락이 된다면, 수표는 리턴되어 돈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 외 현금으로 바로 주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대부분 세금이나 비자 관련 문제로 받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 보통 15일과 그 달의 말일날 받는다. 한 달에 두 번은 기분이 좋아진다. 일에 대한 '현타'나 '하기 싫어증'이 내 몸 안에서 싹이 트기 시작할 즈음,  종이로 된 수표로 치유된다. 진상 손님도 많고, 덥고, 바쁜 날에 받은 수표는 다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주도록 도와주고 불안정한 삶에 자그마한 안정을 불어주어 소중한 것들을 지켜준다. 역시 노동의 대가는 정직해야 노동자는 힘을 받는다. 노동자가 고용주에게 진심을 느끼는 것은 역시 돈이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힘든 현실에 주저앉아 울고 싶어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결국 돈이다. 세상은  슬픔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흘러간다.  젖은 슬픔이 무거워 잠시 멈추고 싶어도 앞을 향해서 살아가야 한다. 그게 우리가 눈물을 머금고 있지만, 애써 괜찮은 척하며 힘들게 앞으로 나아가는 이유일 것이다.





오늘은 기다렸던 페이 데이다. 집 가는 길, 페달질이 가볍다. 오늘은 새로 생긴 초밥집에서 적당한 사치를 부릴까 한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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