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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Sep 10. 2021

유일한 Co-worker, 고양이 Tom

Life in Canada

한국과 캐나다 편의점의 공통점은 혼자 일한다는 점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곳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혼자서 일을 시키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혼자서 일하다 보니 손님이 없는 한산한 시간대에는 조금 심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겐 Co-worker가 있다. 나의 유일한 같이 일하는 동료이자, 고양이인 Tom이다.


손님들이 한 번에 몰렸다 나갔다. 한 바탕의 소나기가 내린 후 멈춘 하늘처럼 고요함이 찾아왔다. 부족한 음료나, 과자들을 체크하고 있던 중 문쪽에서 '딸랑' 소리가 들려왔다. 손님이 온 것이겠거니 하고 카운터로 돌아가려는 찰나 손님은 없었다. 시선이 조금 내려가니 요염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와 있었다. 그게 Tom과의 첫 만남이었다.



고양이가 가게에 들어와도 되려나?라는 생각을 가졌다. 크게 시끄럽거나 뛰어다니지 않기에 그냥 두기로 했다. 가서 쓰다듬어주려고 하니 가만히 있었다. 사람 손을 타는 고양이었다. 머리를 쓰다듬고, 몸통을 긁어주니 시원한 듯 보였다. 알고 보니 동네에 돌아다니는 고양이었다. 사장님께서 고양이 사료를 주니 계속 찾아왔다고 했다. 떠돌이 고양이로 보였지만 주인이 있다고 사장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느 손님이 오더니 저 고양이의 주인이라며 이름은 Tom이라고 말해주었다고 한다. 


Tom의 역할이 분명했다. 그냥 널브러져 있기. 카운터 옆 사탕들이 모여있는 매대에 널브러져 있는다. 손님들이 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서면 Tom을 바로 볼 수 있다.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캐나다인들은 한 마디씩 하며 고양이를 쓰담 쓰담해준다.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다.


"Oh, kitty!"


Tom은 가만히 있거나 도망가거나 둘 중에 하나이다. 그날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쥐가 가끔 가게에 들어온다. 쥐가 개 사료들의 포장을 죄다 뜯어놓는데, 그 쥐들을 가끔 Tom이 정리한다. 잡지는 못하지만, Tom이 뜨면 한동안 쥐들의 행동이 잠잠해진다. 


누워있는 TOM


이제 편의점의 마스코트가 된 Tom. 가끔 산책 나온 개들이 Tom을 향해 짖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누워만 있는다. 여유가 넘치는 Tom. "개가 짖는구나~~"라는 표정으로 쳐다만 볼 뿐이다. 목줄을 맨 개들은 주인에게 이끌려 다른 방향으로 간다. 


퇴근 시간이 되어 자전거를 풀고 있는데, Tom이 옆에서 온 몸에 털을 삐죽 세우며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깜짝 놀라서 Tom에게 가니, 30m 전방에 코요테 2마리가 있었다. 어미와 새끼로 보였다. 도로 옆 숲에서 나온 것 같았다. 차들이 오니 그 코요테들은 숲 속으로 도망갔다. 사장님께 말씀드리니, 밤에 종종 나타난다고 한다. 그럴 때 Tom을 가게 안으로 들여보내야 한다고 했다. 코요테들이 고양이를 먹이로 생각하기 때문에 공격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그 이후로 코요테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항상 코요테 공격을 염두하고 있다.


한국 집에 작은 요크를 키웠었다. 이름은 탁구. 강아지를 왜 키우는지 알게 해 준 녀석이다. 집에 들어가면 항상 반겨준다. 가끔 제멋대로 하고, 집안 곳곳 영역표시를 해놓은 모습을 보고 화도 나지만 그래도 귀엽다. 


고양이는 이런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시크하면서 도도함 지닌 고양이. 가끔 누가 주인인지 헷갈리게 만들어 난감할 때도 있지만, 그 속의 귀여움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이 왜 고양이를 사랑하는지 알게 되었다.


   

어서 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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