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할 수 있는 일,
자전거 페달 밟는 일

동해안 자전거 국토종주

by 림스


작년 이맘때, 친구 둘과 자전거 여행을 갔었다. 자전거 동행안 자전거 길을 종주하는 여행. 포항에서 시작했다. 당시 퇴사가 꿈인 대호와 입사가 꿈이었던 나, 그리고 공무원 시험을 마친 준섭. 대한민국 현재 20대의 전형적인 모습을 우린 가지고 있었다. 우린 지루한 현실을 잠시 뒤로한 채 각자의 자전거를 꺼내 들었다. 오래전부터 계획했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자전거 여행. 사실 자전거 여행은 지루하다. 하루 종일 페달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목적지를 위해 꾸준히 페달질을 해야 한다. 지루하고 몸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수도 없이 든다. 멘탈을 잘 잡고 그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목적지가 까마득하게 느껴질 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자전거 여행에서는 페달을 밟는 게 전부였다. 눈앞에 보이는 오르막이 내 숨을 턱 막히게 해도 페달질은 계속돼야 한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를 때 너무 지치면 자전거에서 내려 끌어서라도 올라갔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KakaoTalk_20210902_051622451.jpg 인증 센터


자전거 길 중간중간 인증센터가 있다. 미리 준비한 국토종주 인증수첩에다 도장을 찍거나, 모바일로 인증받을 수 있다. 열심히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인증센터에서 잠시 쉬는 동안, 문득 뒤를 돌아보면 많은 길을 달려왔다. 직진이었을 것만 같은 길들이 알고 보면 오르막과 내리막, 좌우로 꼬불꼬불한 길이 있다. 생각해보면 오르막이 주는 고단함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리막이 주는 시원한 바람 같은 청령함도 있었다. 우리가 살다가 가끔씩 뒤를 돌아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앞을 향해 살아가야 한다. 뒤로 돌아보고 내가 걸어왔던, 지나왔던 길들을 목을 축이는 정도만 돌아봐야 한다. 그곳에 안주하여 주저앉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시간은 없고 우린 목표로 가야 했다.


KakaoTalk_20210902_050807937_09.jpg 굽이 굽이 연이어진 길


살다 보면 이런 순간들이 우리 삶에서 자주 만난다. 앞이 보이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들. 눈앞에 성과나 결과가 보이지 않아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시간들은 우리 앞에 종종 찾아온다. 그럴 때면 나는 자전거 여행처럼 그저 묵묵히 하던 페달질을 할 것이다. 우린 의미 없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나아가는 것. 보이지 않아도 결국 지나고 보면 보이는 것들이 존재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날, 우린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캐나다 모더나 1차 백신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