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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속도

동해안 자전거 국토 종주

by 림스

본격적으로 페달을 밟았다. 옆에 바다를 끼고 자전거 타는 맛이 있었다. 푸르른 풍경을 옆에 두자니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어려웠다. 눈은 앞을 보고 달려야 하지만 마음은 바다로 향했다. 동시에 볼 수 없으니 시간차를 두며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오른쪽엔 바다 왼쪽에는 많은 대게, 물회 등 각 종 해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어깨동무하듯 줄지어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맛집을 뒤로한 채 우린 페달을 밟았다.


우리는 나란히 셋이서 줄을 이으며 앞을 향했다. 대호가 선두, 중간은 준섭, 마지막은 내 자리였다. 하지만 이렇게 나란히 달리니 속도가 나질 않았다. 우리가 성격이 다른 것처럼 각자의 속도 또한 달랐다. 속도가 나질 않자 나는 답답해했고, 대호는 불안해했다. 중간에 낀 준섭은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달렸다. 맨 뒤였던 나는 선두로 치고 나갔고, 대호도 불안해하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달렸다. 준섭이도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눈치 보지 않고 각자의 속도로 달렸다. 그렇다고 너무 벌어지면 안 되니 구간별 인증센터를 모여서 가는 장소로 정했다. 인증센터는 우리의 동기부여와 목적지 역할까지 해줬다. 다 각자 걷고 있지만 결국 같은 곳으로 다다를 우리였다.



KakaoTalk_20210903_051248591.jpg 청량하다 청량해


여기서 각자의 성격이 나왔다. 평소에 자전거를 탔던 나는 빠르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고, 대호는 느리지만 묵묵히 따라왔으며 준섭은 보이지 않았다. 각자의 속도로 달리며 각자가 원하는 시간에 쉬는 시간을 가졌다. 쉴 때 카톡으로 현재 자신의 위치를 단톡방에 전송해서 서로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목적지에 먼저 도착한 나는 대호가 2등 준섭이가 마지막으로 올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알고 보니 준섭은 자전거 길이 아닌 국도를 탔고, 중간 샛길들을 활용해 대호보다 빨리 도착했다. 나와도 크게 차이가 나질 않아 더 놀랬다. 뒤를 보아도 보이지 않던 게 갑자기 나타났으니. 대호는 자기가 2등인 줄 알고 웃으며 오다 준섭을 발견하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뒤바뀌었다. 이유를 듣고 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야, 그러면 나도 알려줘야지. 너만 알기 있냐" 말했고 이어 준섭은


"네가 네이버 지도 잘 봐서 와야지. 이게 너와 나의 차이다. 인마."라고 말하며 지지 않았다. 역시 준섭답게 잔머리를 쓰며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옥신각신하며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동기부여를 주는 장사해변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첫날, 우린 포항 터미널에서 장사 해변까지 45km를 달렸다. 자전거를 세우고 먼 바다를 봤다. 바다는 수평선에서 하늘과 몸을 섞었다. 그 뒤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장사 해변에서 숙소를 구했다.


우린 따로 예약하지 않았다. 그날의 컨디션, 계획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첫날은 장사 해변 근처 민박집을 구했다. 3명에 5만 원. 세탁기도 구비되어 있어 좋았다. 생각보다 싼 가격이어서 놀랬다.


오늘 주행한 거리는 45Km. 생각보다 많이 오지 못했다. 내일 더 열심히 달려야만 했다. 바닷바람의 짠내를 지우기 위해 각자 샤워를 했다. 근처 밥집에 가서 밥을 먹었고, 집으로 오면서 치맥을 사 왔다. 사온 치맥을 하며 하루를 정리했다. 각자의 속도로 달리면서 했던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대부분이 '힘들다' '지루하다' '역풍이 너무 쎼다'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다는 반응이었다. 또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치킨을 먹으니 더할 나위 없는 여름밤이라고 생각했다.





하루가 지나갔다. 우린 오늘처럼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며 내일을 여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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