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자전거 국토 종주
우린 바다를 바라보면서 타기 위해 상행선 자전거 도로를 선택했다. 포항에서 시작한 우리의 여행은 호기로웠다. 나름 머리를 썼다. 고개만 오른쪽으로 돌리면 나오는 파란 바다와 곳곳에 생긴 파도 그리고 그 파도들이 만들어내는 소란들이 좋았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것들을 얻기 위해서 이겨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바로 역풍이다.
역풍은 우리의 여행에서 악역이었다. 그 악역은 우리의 멘털을 괴롭혔고, 몸도 부셨다. 평지에서 맞은 역풍은 오르막을 올라갈 때 느낌을 만들어냈고, 내리막의 역풍은 평지를 달리는 기분을 들게 했다. 특히 오르막에서 맞는 역풍은 자전거를 내던지고 싶게 만들었다. 바람은 우리를 수차례 때리며 막아섰다. 바람을 맞으면서 만들어내는 바람 소리에서 우리에게 '그만 포기해'라고 하는 것 같았다.
둘째 날, 우린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며 달렸다.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전 날의 근육통이 다리를 무겁게 만들었다. 다음 인증센터를 목적지로 두고 나는 선두로 나섰다. 뒤로 대호와 준섭이 뒤따랐다. 날은 좋았지만,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재난 문자였는데, 코로나가 아닌 강풍 주위보가 내려졌다.
재난 문자가 올 정도의 강풍이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참고 나아갔다. 불어오는 바람을 이겨내야 했다. 바람이 한 번 크게 불 때면 자전거가 휘청했다. 핸들바를 꽉 잡고 페달을 밟았다. 앞으로 나아갔고,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 우린 인증센터 앞에서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10분 정도 지나자 대호가 나타났고, 또 5분 후 준섭이가 도착했다. 준섭의 표정은 이미 일그러질 때로 일그러져있었다.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이 더 못나보였다. 입에는 욕을 한 가득 싣고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그는 내리자마자
"아 **, 못 해 먹겠어. 역풍 **심해.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나 안 해. 집에 갈래" 이어 나는
"야야, 왜 그러냐. 그래도 여기까지 왔잖아. 조금만 더 하자. 끝까지 안 가도 되니 천천히 가자"
"아 **, 아냐 못해먹겠어"
"준섭아 일단 밥 먹고 생각하자. 여기 앞에 물회 집 있더라. 일단 물회 먹으러 가자" 대호가 말했다.
일단 진정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준섭을 데리고 물회 집으로 갔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손님이 없는 이유를 우린 밥을 먹으면서 깨달았다. 일단 사이다 두 당 1병씩 시킨 후 나온 물회를 먹었다. 하지만 예전 대호가 해병대 입대하기 전 포항에서 먹었던 물회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가격 대비 조금 실망했다. 그래도 일단 배가 부르니 표정이 조금 펴진 준섭이었다. 곧바로 나는
"여기 앞에 카페에서 바다 바라보면서 커피 한 잔 하고, 다시 출발하자"
다들 알겠다고 했고, 옆에 카페로 향했다. 새로 지어진 느낌의 카페였다. 깨끗하고, 시원했다. 우린 다음 목적지를 세웠다. 앞으로 다가올 역풍이 무서웠지만, 그래도 페달을 멈출 수 없었다. 여기서 포기하고 인천으로 올라갈 수 없었다. 목표는 통일전망대. 가장 큰 변수는 역풍이었다. 역풍만 아니라면 가능해 보이는 거리라 생각했다. 나는
"또 신나게 달리자고!"라고 말하며 텐션을 끌어올렸다.
우린 묶어두었던 자물쇠를 풀고 자전거를 꺼냈다. 한 숨부터 내쉬는 준섭은 자전거에 올라타며 다시 시작했다. 우린 다시 각자의 속도로 같은 목적지로 향했다. 조금 잠잠했던 바람이 다시 심해졌다. 역풍에 비해 날은 신기하리만큼 좋았다. 따사로운 햇빛과 적당한 구름이 섞인 하늘이었다. 그 하늘을 그저 바라만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서있는 곳은 항상 불안했다. 늘 작은 바람에도 휘청거리던 나였다. 이때 당시도 싱숭생숭한 마음을 가진 채 여행을 떠났고, 그 전 준비했던 여러 시험들에게 졌었다.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위해 나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들에게 무릎 꿇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나를 시험하는 것 같은 저 바람들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무릎이 아파도,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이 와도 계속 페달을 밟았다.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자전거 여행 이틀 째, 장사 해변에서부터 울진은어다리까지 98km. 또 하루가 지났다.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다음 숙소를 찾았고, 네이버 지도를 쫓아 가보니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모텔이었다. 주변 다른 모텔이나 민박이 없어 방을 잡았고, 수고한 우린 간단하게 맥주 한 잔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