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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Sep 24. 2021

도움이 되지 못해 아쉬워

Life in Canada

기분 좋게 내려온 후 우리는 Quest University 바로 옆에 있는 산으로 들어갔다. 마르틴은 산에서 실종되면 실종자의 흔적을 공유하는 어플이 있다고 했다. 일반 시민들이 등산을 하다가 혹은 우리처럼 마운틴 바이크를 타다 발견한 흔적들을 표시할 수 있다. 우리가 공유한 흔적들은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고, 그 흔적을 토대로 수색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종 예상 지역이라고 나오는 산으로 우린 올라갔다. 방금 전까지 밝은 모습이었던 마르틴은 급격하게 표정이 어두워졌고 말 수도 줄었다. 마르틴은 아마 못 찾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그의 뒤를 따라가기 바빴다. 다행히 급경사가 있는 산은 아니었다. 하지만 길이 좁았다. 옆으로 쏠려 넘어지면 굴러 떨어질 것 같았다. 풀렸던 긴장감이 다시 몸을 휘감았다. 그렇게 십 분을 쫒으니 갑자기 자전거에서 내리는 마르틴이었다. 마르틴은 여기서부터는 자전거로 갈 수 없으니 여기에 잠시 두고 더 깊숙이 들어가자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전거에서 내렸다.


길이 아닌 길을 만들어 들어갔다. 넘어져있는 나무들을 넘고 풀들을 헤치며 들어갔다. 멀리서 폭포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따라 걸어가니 폭포가 있었다. 그리고 그 근처에서 발자국을 발견했다. 어플에서도 발자국 표시가 있었다. 그 표시의 위치를 보니 얼추 우리가 그곳까지 왔다. 우리는 폭포 쪽으로 더 올라갔다. 하지만 더 이상 길은 없었다. 


이 근처에 있을 줄 알았어.


우린 가까워지고 있는 걸까? 멀어지고 있는 걸까? 


실종자는 정신적으로 조금 아픈 15살 친구라고 했다. 그래서 더 찾고 싶었다. 더 이상 길이 없는 것을 보고 우린 어쩔 수 없이 자전거가 있는 쪽으로 돌아왔다. 마르틴은 포기하지 않고 이 길, 저 길을 다녔다. 독수리가  초원을 알고 있듯 산속을 샅샅이 알고 있었다. 길이 아닌 곳도 길로 만들어서 갔다. 자전거로 스키를 타는 듯이 다녔다. 나는 어려운 길은 자전거를 손으로 끌고 내려갔다.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순간에 그렇게 할 수 없는 내가 비참했다. 도움이 전혀 되지 못했다. 언젠가 마르틴처럼 타고 싶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조금 가다 보니 산 중간에 뜬금없이 트램펄린이 있었다. 주인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오랫동안 쓰지 않았는지 위에 낙엽들이 떨어져 있었다. 마르틴은 거기서 한 참을 어플에 떠있는 지도를 바라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시간이 흐르자 마르틴은 일단 내려가자고 했고 우린 하산을 했다. 


마르틴은 또 타자고 내게 말했다. 비가 와도 탈 수 있다고 했다. 날씨 상관하지 말고 시간 될 때 문자 달라고 했다. 알겠다고 대답했고 집 가는 방향으로 가려는데 마르틴은 핸들을 돌렸다.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봤다.


"나는 다시 산으로 올라가서 더 찾아볼게. 다음에 연락 해!"


마운틴 바이크만 잘 탄다면 돕고 싶었다. 하지만 이 실력으로는 민폐만 끼칠 것이 확연했다. 트램펄린에서도 지루해하는 나를 위해 지상으로 내려왔던 것 같다. 지금은 도움이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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