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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Oct 18. 2021

비 오는 날, 적막이 나쁘지 않다

Life in Canada

밴쿠버의 별칭은 '레인 쿠버'이다. 그곳에서 한 시간 거리인 스쿼미시도 비를 피해 갈 수 없다. 10월 어느 날부터 비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아직 가을을 느낄 수 있는 달. 10월의 비는 물방울만 데리고 오는 것이 아니었다. 가라앉는 분위기를 만드는 적막 또한 데리고 온다. 적막이 쌓인 집. 1인 가구 집엔 소리가 많지 않으니 적막이 더 크게 다가온다. 


혼자 산다는 것은 적막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 같다. 집에 혼자 있다 보면 적막에 쌓인 경우가 많다. 가끔은 그 적막이 만들어내는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내게 다가온다. 때론 좋지만 가끔은 버겁다. 집에 쌓인 적막이 무겁게 다가오면 항상 무엇인가를 틀어 놓는다. 그것이 음악이든, 영화든.


특히 샤워를 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 떠밀려 오는 적막은 아직 버겁다. 몸은 바삐 움직이지만 정신은 또렷한 상태. 그 순간일수록 생각은 많아지고 고독은 쉽게 느껴진다. 항상 누군가와 같이 살던 내겐 아직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어색하다. 어색함을 견디기 위해 노래를 튼다. 노래 리스트들로 구성된 몇 시간이나 되는 유튜브 영상들이 왜 조회수가 높은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스무 살부터 혼자 독립해 살고 있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노래, 영화, 드라마 등 소리가 나오는 것은 틀어놓고 생활한다고 했다. 적막이 쌓인 방은 싫다고 했다. 가족과 같이 살고 있었을 때 그 말을 들으면 좋은 방법인데?라고 말하며 그저 이해만 했었다. 하지만 직접 마주하니 그 말을 깨달았다. 이해와 깨달음의 사이는 꽤 멀었다.




캐나다에서 살고 있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사람 사는 곳 대부분 비슷하고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은 어디든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독과 적막은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적막이 나쁘지 않다. 혼자이어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혼자가 아니라면 이 적막 속 고독을 느낄 수도, 만남의 소중함을 깨닫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친구가 말한 고독을 해결했던 방법도 마찬가지. 그 이야기는 이제 한쪽이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의 이야기다. 


그제부터 내린 비가 한 번도 그치지 않고 오늘까지 내리고 있다. 이 비가 그치면 가을과 적막은 더 깊어지겠지. 


내일까지 비가 계속된다는 예보에 괜스레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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