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림스 Oct 20. 2021

밤하늘의 별이 된 아이

Life in Canada

늦여름, 마르틴과 나는 두 번째 산악자전거를 탔다. 산으로 올라가던 중 순찰 중인 경찰을 만났다. 경찰은 우리에게 혹시 15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돌아다닌 것을 보면 경찰에게 신고 부탁을 했고 우린 고개를 끄덕였다. 밤 사이 방으로 들어간 줄 알았던 아이가 아침에 사라졌다.


이름은 리치. 밤사이 홀연히 사라졌다. 다음 날, 부모님은 아침 아이가 사라진 것을 깨닫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우린 산 사이를 자전거를 누비며 수색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자전거가 닿을 수 없는 곳엔 자전거를 두고 들어갔다. 물소리가 나는 곳으로 쏘다녔지만 발자국만 찾았다. 하지만 그 발자국이 실종된 아이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산악자전거를 마치고 마르틴은 더 찾아보겠다며 산으로 돌아갔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고 한다. 


그 주 금요일, 스쿼미시 시민들이 모였다. 자원봉사자 약 800명이 모였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모여 놀랐다. 이토록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하루 종일 수색했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전문적인 수색 장비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아이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날 밤,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렸다. 


우리가 원하는 결말을 얻지 못했다. 안타깝고, 비통했다. 하지만 이 작은 도시 스쿼미시에서 한 아이를 찾기 위해 저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 내겐 크게 다가왔다. 혼자 살고 있지만, 결국 혼자는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기에. 이상한 사람들도 있지만, 좋은 사람은 이토록 많음을 깨달았다. 이런 사람들과 같은 길을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고독은 차갑지만은 않았다.




아이는 밤하늘의 별이 됐다. 어쩌면 내가 일하는 편의점에 손님으로, 버스 안에서 같은 승객으로, 길가다 우연히 어깨를 스치며 지나쳤을 수도 있는 아이였다. 서로의 존재는 모르지만 같은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수도 있던 그 아이를 신이 계시다면 따스하게 안아 주셨으면 좋겠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R.I.P.




매거진의 이전글 비 오는 날, 적막이 나쁘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