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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Oct 27. 2021

비 내리는 휴일, 재즈 한 잔

Life in Canada

지금 스쿼미시는 우기다.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고 있다. 비를 싫어하지 않아 오히려 반갑다. 제일 좋아하는 날이 비 오는 날 휴일이다. 휴일 속 가라앉는 방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느긋하게 일어나 커피를 한 잔 내려 창문을 연다. 내리는 비가 안심이 되는 날이다. 


태풍처럼 내리지 않는다. 부슬부슬 또는 주룩주룩. 가을날 마른 비가 꾸준히 내린다. 습도 또한 없어 기분 좋아지는 비. 쉴 틈 없이 내린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커피를 기다린다. 딸깍. 따뜻한 커피를 가지고 책상에 앉는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자는 동안 왔던 카톡을 보고 답장을 차례대로 한다. 그러다 아직 안 자고 있는 친구와 대화를 한다. 이제 자러 간다는 친구의 말이 이따금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서로의 시간은 다르니깐. 대화를 마치고 내 휴일을 시작한다.


유튜브에 재즈 플레이 리스트를 켰다. 적당한 음악을 찾다 우연히 재즈 플레이 리스트를 재생했다. 재생된 리스트는 쳇 베이커 재즈였고 순간 빠져버렸다. 더 이상 음악을 찾지 않아도 되는 느낌. 비 오는 날 방 안에서 듣는 쳇 베이커는 서정적이었다. 숨 막히거나 소름을 돋는 고음은 없지만,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주는 연주자이자 가수였다. 그저 흘려보내면서 들을 수 있고,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만들어준다. 내 방 안이 풍부해지고 있는 기분이다. 내 감정을 잡아주는 느낌. 아무것도 아닌 기분을 잡고 싶은 순간으로 바꿔준다.


이런 분위기 속 소설 몇 페이지와 함께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는 휴일이 된다. 순간을 살고 있는 기분.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들 속에서 잠시 멀어지는 기분이다. 일 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형식적인 인간관계 같은 일들을 잊게끔 만들어줬다. 가끔은 이런 청승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가랑비였던 비가 오후엔 굵은 빗줄기로 변했다. 그 사이, 난 파우스트를 읽었고 쳇 베이커를 들었다. 맥주 한 잔에 하품을 했고 잔잔한 분위기 속에 낮잠을 잤다. 별일 없는 오늘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무엇인가 없어도 맥주 한 잔에 기분 좋아지는 날. 어쩌면 이 나날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역시 휴일은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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