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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Aug 28. 2023

금요일 5교시 최악의 커버수업

아침 첫 타임 시험 감독을 하고 나니 갑자기 학교에 커버수업교사가 부족하다고 3교시부터는 수업을 해달라고 한 날에 대한 이야기이다.  


3교시부터 5교시까지 연속해서 수업을 배정받았다.


3교시는 9학년 영어수업으로 초반에 산만한 학생들 몇몇이 있었지만 큰 무리 없이 잘 마무리되었고, 4교시는 7학년 영어수업으로 더할 나위 없이 학생들이 각자 해야 할 일에 집중해서 너무나 수월하게 수업을 마칠 수 있었다. 


문제는 5교시로 악명 높은 8학년(중2) 반이다. 수학수업으로 담당교사가 학생들 자리배치도까지 커버수업을 위해 남겨놓으며 자리대로 안 앉은 학생에게는 벌칙카드에 사인을 하라고 지시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수업 이외의 내용으로 떠드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바로 벌칙카드에 사인하라고 되어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이 반이 얼마나 엉망징창인지 알 수 있었다. 수업에 들어가자마자 출석을 부르는데 한 학생이 댄스 수업시간에 등근육을 다쳤다며 그 학생을 서로 데리고 양호실게 가겠다고 난리다. 등을 다친 학생에게 다가가 혼자 걸어가도 되겠냐고 하니 주변에선 혼자 걸어가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선생님이 책임질 거냐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 그 학생에게는 모두가 너를 데리고 가겠다고 하는데 그럼 안되지 않겠냐며 혼자 보냈다. 그리고 힘들게 출석을 완료하고 교사가 세팅한 수학 문제 10개를 풀라고 시켰다. 문제를 제대로 푸는 학생은 30명 중에 10명 정도 될까 말까...


"전 ADHD라 화장실도 자주 다녀와야 하고, 수업시간에 이렇게 저도 모르게 노래를 해요. 우리 반 애들은 제가 이렇게 노래하는 것에 익숙해요. 그러니 뭐라 하지 마세요.'

* 나중에 안 사실: 이 학생은 ADHD도 아니고 수업시간에 노래를 부른 적도 없다는 것


"볼펜 잉크가 새서 손이 엉망이 되었어요. 이걸 빨리 가서 씻지 않으면 잉크독이 온몸으로 퍼질 거예요. 화장실 다녀오게 해 주세요"


"스크린 문제가 안 보여요. 화면을 크게 해 주세요"


"물 좀 떠오게 해 주세요. 안 그럼 전 갈증으로 쓰러지고 말 거예요"


"어디서 아이스크림 트럭 소리가 들려요. 학교에 아이스크림 트럭이 왔나 봐요. 나가봐도 되나요?"

*나중에 안 사실: 교실 맨 뒤에 앉은 학생이 나 몰래 혼란을 틈타 아이스크림트럭 멜로디를 크롬북으로 틀었다는 것


이렇게 정신없는 반은 처음이었다. 몇몇 열심히 하려고 하는 학생들이 불쌍해 보였다. 나는 이 반을 기억하기 위해 말썽을 피우는 학생들의 이름을 내 노트에 별도로 적어놓았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복도에서 커버전임인 헬다를 만났다.


"나 방금 내 인생 최악의 시간을 보냈어"

"몇 학년?"

"8학년"

"음... 8학년은 누구도 들어가고 싶지 않아 하고, 또 금요일 마지막 교시잖아. 그럴 때 종종 있어. 잊어버려!"


보통 이런 수업을 하면 담당 교사에게 미주알고주알 수업이 어땠고 말썽 피운 학생들을 일일이 나열해서 교사가 다음번 수업시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끔 하는데, 이날은 그냥 그 수업 자체를 잊고 싶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집에 오니 나의 모든 에너지가 바닥나서 한동안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일어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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