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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ul 05. 2023

Fantastic! Fabulous!

남편은 아주 보수적인 영국사람이다.

한국식 아재개그를 좋아하지만 표현이 과장됨이 없이 할 말만 한다.

한국사람만 만나면 자기가 만들어낸 아재개그 몇 개를 건넨다.


'더운 날 먹어야 하는 음식이 뭔지 알아요?' 답: 추어탕(추워탕)

'강릉에서 제일 건강한 동네 이름이 뭔지 알아요?' 답: 노암동(암이 없는 동)


자신의 개그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박수를 물개처럼 쳐가며 좋아한다. 같이 20년 넘게 산 나로서는 참으로 민망한 순간들이다.


아이들이 뭔가를 잘했거나 좋은 소식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남편의 최고 표현은

'excellent!' 'brilliant!'이다. 만약 누군가 가족 중에 'awesome!'을 외치면 표정이 굳어진다. 미국식 표현으로 영국에선 안 쓴다고 거부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 영국사람들도 'awesome!'을 쓰긴 한다. 남편이 얼마나 구닥다리 영국인인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직장에서 뭔가 작은 일만 해도 사람들은 'fantastic!, great help! fabulous!, brilliant! thank you ever so much! ' 난 이런 말들이 한국어로도 잘 안 나오는데 영어로는 더욱 안 나온다. 내가 남들이 나에게 도움을 줬을 때 할 수 있는 최고치는 'thank you so much!'가 다다.


그리고 영국은 모든 게 lovely!로 표현된다.

귀여워도 lovely(cute는 거의 쓰지 않는다)

아름다운 풍경을 봐도 lovely

좋은 여행을 다녀오고도 it was really lovely!

좋아하는 사람을 표현할 때도 he/she is so lovely!

맛난 음식을 먹어도 lovely!


슈퍼에 가서 계산을 할 때도 나에게 모르는 사람이 호칭을 love라고 하는 경우들도 있다.

'Do you need a bag, Love!' 모르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그야말로 1도 없는 표현이다.


영국에 오기 전에는 미국만 표현이 과하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영국도 말로 하는 표현은 아주 관대하다. 그러나 영국인과 미국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미국은 팔이나 표정등이 말과 함께 표현되는 경우가 많지만 영국은 몸은 가만히 있고 대체로 말로만 한다는 것이다. 딱딱 모든 발음을 다 하나하나 뱉어내면서  판타스틱! 패뷸러스! 브릴리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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