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Jul 16. 2023

800m 달리기가 뭐라고

B는 운동을 좋아한다.

그리고 경쟁을 좋아한다.

일단 스포츠는 이기고 봐야 한다는 주의이다.

체육대회 일정이 정해졌고 청군백군처럼 이곳은 입학 때부터 house가 정해진다.

B는 4개의 하우스 중 Saxon에 속한다.

Saxson의 하우스 리더가 학생들에게 어떤 스포츠에 참가할 것인지 신청을 받으러 다녔다.

B는 키가 작은 편이라 단거리에서는 다리길이로 보더라도 밀릴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800m를 공략하려 했으나 벌써 누군가 신청을 해버려서 일단 계주를 신청하고 800m에 대한 아쉬움을 주장언니에게 토로한 모양이다. 그리고 며칠 뒤 주장이 B에게 와서 800m 나가도 된다고 해서 신이 나서 집에 왔다.

그리곤 아빠와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우선 정원 한 바퀴에 약 30M 정도 되니 방과 후 25바퀴를 뛸 것과 주말엔 남편이 일하는 학교의 필드사용 허락을 받아놓고 그곳에서 실전에 가까운 연습을 했다.

운동에 관해서는 둘 다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는 주의라 내가 뭐라 한들 들을 일이 없다.

체육대회전날

'엄마, 내일 아침에 지나친 탄수화물 섭취는 달리기에 방해되니까 팬케이크는 한 개만 만들고 과일 위주로 아침에 준비해 줘. 그리고 도시락도 평소 것의 반만 싸줘. 너무 배부르면 뛰는데 방해되고 긴장돼서 어차피 먹지도 못할 거야. 그리고 또 7시 전에 무조건 깨워줘. 너무 떨려서 잠을 못 잘 것 같아'

그리곤 곯아떨어졌다.

결전의 날 아침, B는 머리카락이 시야를 가릴까 봐서 머리를 양갈래로 쫀쫀하게 따달라고 머리를 들이댔다. 그리고 혹시 안경이 달리다가 떨어질 수 있다고 안경 양 발에 고무줄을 연결해 뒤통수에 걸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현관문을 나서기 전에

'너무 무리하지 마. 다치면 안 되니까 적당히 해. 알았어?'

'엄마! 엄만 스포츠의 세계를 너무 몰라. 다친 건 시간이 지나면 나아. 걱정 마. 일단 이겨야지!'


오후, 주차장에서 B를 맞이했다. 가슴에 두 개의 리본을 달고 있었다. 분명 계주와 800m에서 등수 안에 들었다는 표식이리라.

'엄마, 엄마, 조금만 기다려. 다 얘기해 줄게. 근데 지금 배가 너무 고파. 먹을 거 없어?'


계주는 일등을 했다고 했다. 800m는 2등을 했는데 1등 한 아이가 처음부터 얼마나 속도를 내는지 그 속도 따라가다가는 본인은 마지막에 지쳐서 따라잡지 못할 것이 분명해서 자기 페이스대로 해서 결국은 2등밖에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곤 800m는 자기의 길이 아닌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난 2등도 너무 잘했다고 칭찬했지만 스포츠의 세계에 문외한인 나의 말은 그 어떤 위로도 되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아빠가 퇴근해 오니 둘이 한참을 얘기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B가 울기 시작했다.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벽이 너무 높았다고... 그 1등 한 애는 분명히 학교 밖에서 달리기 훈련을 받는 애일지도 모른다고... 왜 나는 운동을 안 시켜주냐고...


사실 B는 아빠와 시 카누클럽에 등록하고 주말이면 카누를 한다. 작년부터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재능이 확실히 있어 보이니 꾸준히 시켜서 대회도 나가보게 하라고 하는데 어려서부터 카누를 한 남편은 그 세계가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서포트해 줄 자신이 없어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학교 체육대회도 이런데 실제 자기 주종목 스포츠대회에서 B가 어떨지 생각만 해도 어지럽다.


뭐든 열심히 하는 B가 사랑스럽긴 하나 대회, 경쟁등에 너무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도록 앞으로 수많은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 

작가의 이전글 Fantastic! Fabulou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