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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Aug 26. 2023

떠나는 교사들을 위한 파티

영국 학교(사립학교 제외)의 인사채용 시스템이 개인 회사와 비슷하다. 월급이야 지역 교육청에서 배정을 해서 주고 각종 급여 체계나 연금체계도 교육청에서 정한 대로 하지만 교사가 교육청 소속이 아니다.

교사 임용의 전권은 교장에게 있다.

그리고 교사들도 자유롭게 학교가 맘에 들지 않으면 그만두고 다른 학교로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취직이 되면 학교를 옮긴다. 보통 내가 일하는 학교와 남편이 일하는 학교로 볼 때, 일 년에 그만두고 새로 채용되는 교사들이 10명 안팎으로 꽤 많은 편이다.


여름방학 전의 학기가 1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학기이다. 9월엔 새 학기가 시작된다.

보통 교사들이 많이 그만두는 학기가 마지막 학기이다.

떠나는 교사들을 위해 학교는 하루 방과 후에 모든 교사들이 모여 식사와 음주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그곳에서 빠지지 않고 떠나는 자들의 스피치가 돌아가면서 이어진다.

영국 특유의 블랙휴머가 섞인 스피치는 늘 사람들에게 인기이다.


남편의 학과에서는 불행히도 두 명의 교사가 이번에 그만둔다. 남편 혼자만 남아서 새로 임용된 교사들과 새 학기를 꾸려나가야 한다.

남편 학과 주임인 롭은 그동안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평교사 두 명을 이끌고 지리과를 잘 일 끌어갔다. 힘든 일은 본인이 모두 맡아하며 실드를 쳐준 적도 많이 있었는데 이제 지쳐서 좀 쉬고 싶다고 자신의 딸아이가 다니고 있는 집 앞에 있는 학교 평교사로 지원해서 간다고 했다.

그는 떠나는 스피치에서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을 하며,

'내 인생에서 최악의 시점으로 뽑으라면 봄에 갔던 현장실습에서 T(남편)와 함께 일주일 동안 방을 같이 써야 했던 것일 것이다.'라고 해서 청중을 웃겼다고 한다.


큰아이의 영어 과외선생님이기도 했던 영어과 주임 교사는 동료들을 언급하며 우느라고 스피치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고 했다.


학생 훈육담당이었던 전직 경찰관 폴은 남편을 언급하며,

'이 학교에서 그간 참으로 이상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왔는데, T가 그 대표적인 사람으로 세상에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7시에 학교에 나와서 삶은 계란과 비트주스를 먹으면서 끊임없이 마셔보라고 권하는 사람이 세상 어디 있겠는가?.' *남편은 보통 교사들보다 한 시간 먼저 출근해서 그날 수업준비를 한다. 오랜 기간 교직에 떠나 있다가 시작한 일이라 남들보다 준비시간이 긴 것도 있고 아침엔 차도 막히지 않아 5분이면 도착한다.


DT(Design Technology) 교사로 그 학교에서 오래 일하다가 퇴직하는 교사에게는 그의 제자이면서 지금은 DT과의 동료 교사가 먼저 스승에게 이별사를 했다.

'제가 이 학교 학생이었을 때  선생님께 pain in the arse(골칫덩어리)였어서 죄송했어요'라고 하자 떠나는 스승이 바로 답사를 했다고 한다.

'고맙네, 근데 그거 아나? 자네는 여전히 pain in my arse 일세' 


서로 웃고 즐기며 행운을 빌어주는 이런 분위기가 부럽고 좋아 보인다. 학교에서 그간 학교를 위해 일해준 교사들을 위해 파티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매우 멋져 보인다. 그리고 교사에게 본인의 의사대로 학교를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다는 것도 우리나라 교사들에게는 부러운 부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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