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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Aug 29. 2023

영국 여학생들의 아웃룩

나는 여자학교에서 일한다. 그리고 영국의 대부분 학교가 그렇듯이 학생들은 교복을 입는다. 여학생의 경우 치마, 셔츠, 니트티, 블레이저(재킷)가 풀 세트이다. 물론 치마대신 바지를 입을 수도 있다. 학교에서는 학교의 허락 없이는 블레이저를 벗을 수 없다. 수업시간에 더워 재킷이 벗고 싶으면 반드시 손을 들고 선생님께 허락을 받고 벋을 수 있다.  'Ms, can I take my blazer off please? '


여기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치마를 한두 번 접어 입는다. 어떤 학생들은 접고 또 접어서 치마길이를 블레이저길이에 맞춰 입는다. 수업하기도 바쁜 선생님들이 교복검사를 매일 할 수 없고 가끔 불시에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재킷을 입지 않거나 치마를 접어 입으면 바로 벌점을 받게 된다. 올해 7학년에 입학한 둘째 아이는 차마 7학년때부터 치마를 접어 입기는 양심에 찔리지만 작은 키에 교복점에서 가장 작은 치마를 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릎을 덮을 듯 말 듯 하는 길이가 맘에 들지 않는지 요즘은 치마를 아저씨들 배바지처럼 배 위로 한껏 올려 입는다. 나름 잔머리를 굴린 것이다. 배 위로 올린 치마를 가지고 별점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딱 달라붙은 옷을 한창 좋아하는 나이로 더운 날 블레이저를 벗고 있으면 보게 되는데 니트티 뒤 밑단을 한껏 뒤로 당겨서 고무줄로 묶어 교복 니트가 몸에 딱 들어맞게 입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마치 허리춤에 테니스공 하나를 매달고 다니는 모양새 같다.


분명 화장을 하고 다니면 안 된다고 학생들 규칙에 나와 있지만 9학년 즈음 되면 눈화장(마스카라, 아이라이너)은 기본이고 파운데이션과 볼터치까지 하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 한참 화장에 호기심 많을 나이지만 9학년이면 우리나라 중학교 2~3학년 정도 되는 나이이다. 학교에 까지 이렇게 화장을 하고 다니는 것은 나의 꼰대 성격을 자극한다. 큰딸아이는 11학년부터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를 하고 다닌다. 못하게 말려봤지만 통하지 않아 거기까지는 허용을 하기로 했다. 


영국 여학생들은 체육복으로 skort을 입는다. 스콧은 안은 짧은 반바지, 밖은 치마처럼 레이어드 된 옷이다. 친정엄마가 영국에 오셨을 때 둘째가 네트볼 방과 후 클럽을 하는 날 같이 학교에 데리러 갔는데 엄마왈,


'여기 여학생들 체육복은 완전히 하의실종이다 하의실종! 너 하의실종이 뭔지 알지?' 


올해로 여든이신 엄마가 아이들의 짧은 옷에도 놀라워하셨지만 혹시 본인이 새롭게 터득한 신조어를 내가 모를까 봐 물어보는 것이 귀여우면서 재미있었다. 그만큼 스콧은 짧다. 체격이 좋은 학생들의 경우 엉덩이 밑라인이 그대로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긴 레깅스를 대신 입어도 된다. 겨울엔 스콧 대신 레깅스를 입기도 하지만 열에 아홉은 스콧을 입는다. 남녀 공학인 첫째 아이의 학교에서도 남자아이들은 반바지를 입지만 여자아이들은 스콧을 입는다. 그래서 첫째 아이에게는 항상 본인 사이즈보다 큰 것을 사서 허리를 줄여서 입게 했다. 


여학생들은 책가방으로 성인들이 들고 다니는 숄더백을 많이 든다. 큰아이가 8학년이 될 때부터 자기도 숄더백 사달라고 졸라대는데 그게 얼마나 어깨에 무리가 되는지 아냐고 미루고 미루다가 9학년 생일 선물로 사줬더니 처음엔 신나서 메고 다니다가 내 눈치를 보며 도저히 안 되겠는지 어느 날 내 핸드폰으로 백팩 링크가 왔다. 엄마말이 맞았다며 이제 제대로 된 책가방 메고 다닐 테니 사달란다. 전혀 책가방처럼 보이지 않는 숄더백안에 도시락, 물병, 크롬북, 필통까지 넣은 아이들은 상체가 앞으로 숙여져서 걸을 수밖에 없다. 영국은 수업시간에 앉아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실을 하루에 5~7번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늘 가방을 메고 다녀야 한다. 

여학생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제일 먼저 부모들에게 숄더백을 사달라고 조르는 경우가 많다. 아직 둘째 아이는 숄더백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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