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Alert 학생을 찾아라

수업 시작 5분 안에 출석을 시스템에 완료해야 한다. 혹시 출석하지 않은 학생은 바로 Alert(경계) 메일을 전 직원에게 보내 학생의 소재파악을 해야 한다. 메일에는 학생이름, 반명, 교실번호를 적는다. 

우리 학교에는 high alert에 해당되는 학생들이 약 10명 정도 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업데이트가 된다. 태도가 극심히 불량하거나, 정신적으로 상당히 불안하거나, 지역상담사와 꾸준히 공조하며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아에침 등교한 뒤 이어지는 수업에 출석하지 않으면 바로 high alert 이메일을 보내 학생이 어디에 있는지 신속히 파악해야 한다. 

어제 수업시간에 12학년(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high alert이메일이 왔다. 

바로 이어서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장교사가 '이 학생은 vulnerable(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학생에 속하니 지금 당장 모두 찾아 나서주세요'라고 바로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바로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학생리셉션에서는 이 학생의 이전 수업 출석여부와 특이사항이 기록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학생지원센터 직원들은 곧장 그 학생이 마지막 머물렀던 건물로 가서 찾기 시작했다.

네트워크팀에서 '그 학생 핸드폰 와이파이가 아트빌딩에서 잡히고 있어요'라고 전체 이메일을 보내오자,

아트담당 교사와 학생지원담당들이 3층짜리 아트건물에 뿔뿔이 흩어져 5분 안에 학생의 소재를 파악했다. 화장실에 아주 오래 앉아있었던 모양이다. 

나도 기억이 나는 학생으로  한 달 전에 소방훈련을 하는데 맨 앞줄에 서서 계속해서 눈빛이 흐릿하니 실실 웃어대는데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었다.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학생이었던 것이다.

얼마 전에 학교에서 그 학생과 같은 학년의 학생이 지역 공원에서 안타깝게도 목숨을 끊었다. 그 사건이 있은 뒤로 학교에서는 일주일 동안 지역 교육청에 요청하여 학생과 직원들이 부담 없이 정신심리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다수의 전문가들이 파견 나왔었다. 

학교에는 무전기가 여러 대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부장교사들은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다. 학교 내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교사들과 직원들은 무전기를 들고 뿔뿔이 흩어져 서로 교신하며 상황을 공유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혹시라도 사고를 당하거나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고 수시로 교육도 실시한다. 영국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성적보다도 학생들의 safeguarding (학생안전보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학생명단을 확인하고 high alert에 속하는 학생이 있는지, 수업시간에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학생들(공황장애, 기절할 수 있는 뇌전증, 틱, 자폐스펙트럼, 불안증 등등)이 있는지 출석부의 메모사항을 모두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