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음악사에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이것저것 대화를 하다 나의 큰딸(G)이 피카소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G: 그거 알아? 파블로 피카소가 사실 작품과 관계없이 아주 사생활이 지저분했었다는 거? 정말 실망이야. 사람들이 왜 그 모양인지...
B: 뭐 이미 죽은 사람한테 그렇게 심한 말 할 필요 있어?
G: 난 피카소의 큐비즘 작품 중에 가격이 왜 그렇게 높은지 이해가 안 가는 작품들도 엄청 많아.
나: 작가들의 작품이 반드시 뛰어나서라기 보단 희소성 때문에 명성 때문에 가격이 높게 매겨지는 경우도 많지.
아빠: 아마 캔버스에 피카소가 똥칠을 해도 그게 엄청난 작품이라고 팔릴 거야.
나: 뭔 똥을 캔버스에.... 냄새나서 그거 누가 사겠어?
아빠: 당연히 락카칠을 똥칠 위에 하겠지. 으이그... 내 똥이 훨씬 향이 좋아도 아마 피카소똥이 비싸게 팔릴 거야.
갑자기 아빠가 똥으로 대화를 끌어가는 바람에 아이들은 대화에 바로 흥미를 잃었다. 한참 심리학에 빠져 공부하고 있는 딸은 아직 어린 마음에 세상에 이름을 날린 위대한 예술가나 위인들은 왠지 완벽하게 도덕적인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다가 그게 아닌 것을 아는 순간 엄청난 실망감이 몰려오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에게나 남편에게 그거 아냐면서 대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럼 그걸 듣고 있다가 작은아이는 왠지 모두가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싫어 대화를 바로 엎어버리려 할 때가 있다. 죽은 피카소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한마디 쏘아붙이는 것은 그래서이다. 아주 어려서부터 그랬다.
B가 네 살인가 되었을 때의 일이다. 이것도 차 안에서 이루어졌던 대화이다. 아프리카에 대해 G, 남편과 나는 이것저것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뒷자리 카시트에 앉아있던 B가 소리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