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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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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Nov 01. 2023

깨를 볶다가 든 엄마 생각

엄마가 영국에 다녀가면서 참깨를 가져다주셨다.

볶아서 주시지 않고 그냥 참깨를 주셨다.

그래서 나는 먹을 만큼 꺼내 참깨를 물에 담가 두었다가 위에 붕붕 떠오른 깨를 건져내서 주물팬에 볶는다.

그러면서 엄마생각을 한다.


강릉에 사는 나를 찾아올 때는 늘 볶은 깨 한 봉지를 가져오셨었다.

직장 생활하며 아이 키우는 나에게 주려고 미리 볶아두었다가 가져오셨던 거다.

엄마는 어디서 깨농사를 잘 지은 사람이 있단 얘기를 들으면 바로 전화해서 구할 수 있으면 구해둔다. 그리고 일 년 내내 조금씩 내서 방앗간에 가져가 참기름을 짜고 또 남은 것으로는 볶아서 우리에게 다 나눠주신다.


깨를 볶으며 우리 생각을 했을 것이다.

혼자서, 아무도 없는 강릉에서 씩씩하게 헤쳐나가는 둘째 딸,

장모님 김치와 된장을 세상 최고로 치는 영국사위,

할머니 음식을 많이 좋아하는 귀여운 손녀딸 둘.


나는 오늘 깨를 볶으며 어두운 밤 tv 불빛만이 일렁이는 거실, 홀로 소파에 누워 새우잠을 자는 엄마를 떠올린다.

나이가 들 수록 내가 하고 있는 많은 것들에서 엄마를 보고 느낀다.

외국에 나와있어 더욱 그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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