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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Dec 02. 2023

알리야와 수와드 2

딸기 케이크

오늘 시간표에 알리야와 수와드반은 배정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복도에서 만날 수도 있으니 포스트잇에,

'한국어 공부 재미있어요?' '어려워요?' '선생님' 이렇게 적어서 만나면 주려고 가지고 있는데 1교시가 끝나고 다음 교실로 이동하는 외부 통로에서 둘과 마주쳤다. 둘도 나를 보고는 너무도 반가워하며 케이크 상자를 하나 건넨다.

'선생님 주려고 샀어요. 혹시 만날까 봐 계속 들고 다녔어요.'

나는 마음이 너무도 고마운데 이런 거 받아도 되냐고... 다른 선생님들도 선물 받냐고 물으니 당연히 된다고 받으라고 안겨준다. 커버매니저의 퉁명함에 며칠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둘의 따뜻한 마음이 순간 나의 세상을 다시금 핑크빛으로 바꿔놓았다.


나도 준비한 포스트잇을 건네면서,

'앞으로 선생님이 가끔 너희들 주려고 이렇게 숙제를 줄 거야. 둘이 무슨 뜻인지 알아서 다음번 만났을 때 나에게 알려줘야 해?' 그랬더니 너무도 즐거워하며 포스트잇을 받아 들었다. 그런데 정신 차려보니 오늘은 알리야와 수아드 말고 다른 학생이 한 명 늘었다. 그 아이도 한국어를 배운다고 했다. 이름을 미쳐 물어보지 않았는데 같은 반에 있는 학생이다.


마침 우리가 마주친 교정에서는 그날 첫눈이 너무도 이쁘게 내리고 있었다. 첫눈이 내리는 날 나는 혹시 마주칠 둘을 위해 포스트잇을, 아이들은 케이크 상자를 들고 서로를 찾고 있었다는 생각에 사는 것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고 의미 있단 생각이 들어 행복해졌다.


퇴근길에 둘째가

'엄마, 알리야랑 수와드랑 공동체육수업 했는데 둘이 엄마가 준 포스트잇 보여주면서 나한테 읽어달라고 하고 뜻도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줬는데 셋이서 서로 자기 발음이 더 좋다며 티격태격하며 연습했어.'

아이고... 스스로 알아내라 했더니 나의 딸을 찾아가 그것을 건넬 줄이야......

둘째에게 다음번에는 힌트만 주고 다는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 그래야 공부가 된다고. 둘째도 그러겠노라 대답했다.


앞으로 우리들이 서로를 찾아 헤매며 맞이하게 될 포스트잇 한국어 공부가 기대된다.


참으로 귀여운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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