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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15. 2023

시험 적응 훈련-모의고사

내가 일하는 학교는 시험 감독관이 약 25여 명 된다.

모두가 시험 일정에 맞춰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여유롭게 채용하여 시험에 차질 없도록 하고 있다. 시험이 있기 두 달 정도 전에 감독관들이 시험 날짜별 가능 여부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시험담당 매니저가 날짜와 시간을 배정한다. 하루종일 배정될 때도 있고 오전타임과 오후타임으로 나눠서 배정될 때도 있다.


학교마다 다르긴 하지만 내가 일하는 학교는 9학년부터 시험감독관의 감독하에 시험을 본다.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GCSE(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 시험을 대비하여 학생들에게 똑같이 시험 보는 환경을 만들어 줘서 미리 적응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GCSE는 대학을 가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취업을 하는데 꼭 필요하며, 11학년에겐 대학준비 식스폼 입학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대학 입학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주는 아주 중요한 시험이다.


내가 시험 감독관에 지원했을 때, 지원서류에도 과목별 GCSE 성적을 입력하게 되어있었다. 당연히 한국에서 학교를 나온 나는 대학 성적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직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만큼 GCSE 성적은 영국에서 직장을 구할 때 평생 따라다니는 아주 중요한 시험인 셈이다. 그래서 세컨더리를 졸업한 후에도 필요에 따라서 다시 GCSE를 보는 경우도 있다.


큰 딸은 올해 5월 GCSE를 본다. 그래서 평소 하지 않던 공부를 몰아서 하고 있다. 영국에 와서 강당에서 시험 보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여러 번 하다 보니 적응이 된 것 같다. 시간 배분도 처음보다는 훨씬 더 잘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영국에서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GCSE를 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미리 하는 적응 훈련이 학생들에게 보다 안정감을 줄 것은 분명하다.


수능 보는 날 처음 가보는 학교의 운동장을 가로질러 들어간 교실, 낯섦과 긴장감 속에서 오전 시험을 봤고, 점심시간 이후 시험에서는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서 시험을 어떻게 보고 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나의 수능 시험날이 떠올랐다.


담당 교사가 시험감독을 하는 것은 문제발생 소지가 있어 꼭 감독관이 하도록 되어있다. 감독관은 학생 30명당 1명이 배치된다. 시험은 GCSE시험과 같은 매뉴얼로 진행한다. 시험 전에 학교에서 강당에 책상과 의자를 배치한다. 강당입구에는 출입차단 가이드라인이 쳐지고, 시험 중이이니 조용히 하라는 팻말이 설치된다. 감독관들은 시험 당일 학생들이 입실하기 30분 전에 도착해서 학생 배치도에 따라 책상마다 사진과 이름이 인쇄된 명찰과 시험지를 올려놓고, 준비가 다 되면 문을 열어 학생들이 들어와 앉도록 한다. 시험 전에 미리 자신들이 어디에 앉는지를 공지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알아서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학생들이 모두 착석하면 시험 전 공지사항을 전달한다.


 - 오늘 보는 시험은 OO과목이며 소요시간은 OO이다. 배포된 시험지가 맞는지 확인 바란다.

 - 핸드폰이나 손목시계를 가져왔다면 앞에 제출했다가 시험이 끝나면 찾아가기 바란다.

 - 필통(투명 비닐만 가능)만 책상에 올려놓고 계산기나 물병(투명 플라스틱만 가능)은 바닥에 내려놓는다.

 - 화재 발생 시 안전한 대피를 위해 감독관의 지시에 따른다... 등등


이것 외에도 몇 가지 더 공지사항이 전달되고 바로 시험 개시를 알린다. 시험 개시 시점에 바로 차트종이에 시험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을 적어 놓는다. 강당이 클 경우 플립차트 두 개를 준비해서 앞에 하나, 중간쯤에 하나 세워둔다.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감독관은 손을 드는 학생이 있으면 가까이 가서 요구사항이 뭔지 들어본다. 보통은 빈 종이나 휴지를 달라거나 아님 필기구를 빌려달라는 요구들이다. 만약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하면 감독관 한 명은 그 학생과 함께 화장실까지 동행한다. 화장실 어느 칸에 들어갈지 지정해 주며, 들어가기 전에 학생의 허리나 주머니 등에 핸드폰이 없는지 확인하고 들여보내고, 밖에서 기다렸다가 같이 시험장에 돌아온다. 여학교라서 보통 여자 감독관이 동행을 한다.


시험 종료 5분 전에 시험이 5분 남았음을 알린다. 시험이 종료되면 모두 시험지에서 손을 떼야하며, 감독관들은 시험지를 순서대로 걷는다. 시험지를 다 걷고 나면 감독관의 지시하에 앉은 줄별로 학생들이 퇴실한다. 그렇게 하루에 보통 세 과목 정도의 시험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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