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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11. 2023

영국의 학교

사립학교와 공립학교

영국에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가 있다. 그 수를 비교해 보면 UK(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에 있는 공립 세컨더리는 약 4200개이고 사립 세컨더리는 약 2500개이다. 


사립은 돈이 많아야 갈 수 있다. 유치원 때부터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있다. 기숙하지 않는 초등학교 과정은 연 50,000파운드 이상으로 한화로 하면 약 8천만 원 정도가 된다. 중등학교부터 기숙하게 되면 72,000파운드로 약 1억이 훨씬 넘는 수업료를 내야 한다(물론 학교에 따라 금액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전부가 아니라 주기적으로 학교에 기부도 해야 한다. 영국의 한 가정당  1년 평균 소득이 32,000파운드(2022년 기준)로 볼 때 일반가정에서 사립학교는 언감생심이다. 우리나라에서 주재원으로 파견 나온 가정의 자녀는 회사에서 사립학교 경비가 지원되어 사립학교에 보내는 가정도 많다고 들었다.


공립학교는 13년(초등학교~대학준비반) 동안 학비가 무료이다. 초등학교는 교재, 문구류 등이 모두 제공된다. 심지어 가방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모든 것이 학교에서 제공된다.  단, 급식은 무료대상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료이다. 중등학교도 학교에 별도로 내는 돈은 없다. 따로 구입해야 하는 교재도 없다. 수업 자료는 모두 학교에서 제공되고 아이들이 필기한 노트가 아이들의 교재인 셈이다. 


영국은 초등학교 1학년 입학 때부터 고등교육 과정을 졸업할 때까지 학년을 카운팅 한다. 프라이머리(초등 1학년~6학년), 세컨더리(중등과정 7학년~11학년), 식스폼(대학준비반 12학년~13학년). 대학을 가지 않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세컨더리과정까지만 다닌다. 


초등학교 6학년이 시작되자마자 11+라는 그래머스쿨(Grammar School) 입학시험을 보게 되는데, 개인적인 선택으로 그래머스쿨에 지원하고 싶은 사람만 신청해서 보는 시험이다. 그래머스쿨은 우리나라에서 평준화되기 전에 시험을 보고 들어가야 하는 경기고등학교 같은 학교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1965년 이후로 평준화 움직임이 일면서 영국의 많은 지역에서 그래머스쿨을 일반학교와 통합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영국의 남동쪽은 인구가 많고 런던과 가까워 교육열이 높아 그런지 아직도 그래머스쿨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렇게 시험을 보고 입학을 하다 보니 일반학교 학생들과 그래머스쿨 학생들의 학업 격차는 매우 큰 편이다.


사립학교를 진학하기 위해서는 학교 자체 시험을 보고 통과된 학생이 입학하게 되는데, 아주 유명하고 경쟁이 치열한 사립학교를 제외한 지방의 사립학교는 입학이 훨씬 수월하며 공립 그래머스쿨에 비해 학생들의 학업 수준도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 사립학교학생이 모두 공부를 잘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한 번은 작은딸(B)이 초등학교 6학년 때 4명이 한 팀이 되어 수학경시대회를 나갔었다. 시험이 끝날 때가 되어 시험장소로 데리러 갔는데, 인솔교사랑 딸아이가 내차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인솔교사가 나에게 말했다. "B가 엄마한테 할 말이 아주 많을 거예요" B는 내 차에 타자마자 일등이라고 적힌 상장을 흔들어 대며 "엄마! 우리 학교가 일등 했어. 콧대 높은 사립초등학교 애들도 우리가 제쳤어! 사립학교애들 별 볼일 없더라고!" 



남편은 대학원 졸업 후 영국 런던에서 1년 정도 교사생활을 했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 17년간 살다가 2018년에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남자 그래머스쿨에서 지리교사로 일하고 있다. 가르친 경력이 짧아 급여가 많지 않다. 영국은 교사의 월급 수준이 하는 일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라서 그리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다. 그래서 학교는 늘 교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립학교를 꿈도 꿀 수 없다. 우리는 두 딸을 공립학교에 보낸다. 큰딸은 11학년이고 작은딸은 이제 7학년이다. 큰딸은 11+ 시험이 지났을 때 영국으로 이사를 와서 일반 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었고, 작은딸은 2년 동안 준비를 시켜서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였고, 집과 가까운 그래머스쿨에 입학하여 다니고 있다. 큰딸과 작은딸이 다니는 학교는 나란히 붙어있고 교문을 같이 쓴다. 내가 출근하는 날이면 셋이 같은 교문으로 들어가 주차장에서 뿔뿔이 흩어진다. 내가 제일 마지막에 내려야 한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학교 근처에서는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해 주길 바란다. 이제 더 이상 초등학생 아기가 아니라고 세상에 말하고 싶은 거다. 부모 없이도 다 알아서 할 수 있는 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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