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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10. 2023

영국의 중등학교에 취업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시험감독관으로 취업

딸아이가 다니는 세컨더리스쿨(중고등학교 합쳐진 개념)에서 신입생 부모들 대상으로 시험감독관에 지원해보라는 이메일이 왔다. 매일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책임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일, 딸아이 하교시간에 같이 끝나는 것 까지 이런 저런 사정을 고려할 때 꽤 괜찮은 일인것 같아 지원했다. 벌써 5년차에 접어든 영국 생활 동안에는 직장을 얻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딸아이가 중학교에 들어면서 생긴 약간의 여유로 나름의 변화를 모색 중이었는데, 적시에 알맞은 일이 나에게 찾아온 것이다. 일을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지루했다. 하지만 영국에 와서 이렇다 할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영국 사회를 한층 더 이해할 수 있는 꽤 괜찮은 일로 여겨졌다. 지금은 시험 감독일과 학교 교사가 결근할 때 보강수업을 들어가는 Cover supervisor 일도 겸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일을 위해 원서를 내고 면접 보는 동안 학교는 나에게 그 어떤 영어자격증도 요구하지 않았다.  원서를 쓸 정도면(물론 남편이 대신 써주었지만), 면접에서 질문에 대답할 정도면 된다고 보는 것이다. 영국에서 취업시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보는 것은 전 직장에 받은 추천서다. 추천서 2장을 반드시 제출하게 되어있고, 추천인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이것저것 평가하는 항목을 작성해 달라고 요구한다. 나는 한국의 한 국립대학 국제교류부서 실무 책임자였다. 15년 정도 다니다가 관두면서 부서의 원장을 역임했던 두 분에게 추천서를 받아왔는데, 그 두 분은 기꺼이 평가지를 작성하여 이 학교로 보내는 수고를 감내해주셨다. 그리고 공립학교이긴 하지만 교사부터 시작해서 학교의 모든 직원은 교장 권한으로 임용한다. 일괄적으로 공무원 시험을 보고 발령을 내는 우리나라 시스템과는 다르다.


딸아이에게 "너희 학교에 채용공고가 났는데 엄마가 지원해볼까 해"라고 했더니

"청소부 지원할꺼야?" 라는 뜻밖의 반응이 돌아왔다. 그래서 "왜 엄마가 청소부를 지원할거라 생각해?" 라고 다시 물었더니 딸이 대답했다. "학교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은 모두 아시아인이야, 그래서 볼때마다 기분이 안좋아!"

그래서 난 그건 우연의 일치일 뿐이고, 아시아인이라고 해서 영국에서 모두 청소부일만 하는건 아니라고 말해주었지만, 나 역시 어딘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좀 더 시간이 흐른 뒤 딸과 이 문제에 대해 다시 말할때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다행 교장, 교감, 시험감독매니저 앞에서 30분가량 면접을 보고 그날 저녁 교장이 직접 전화로 합격을 알려왔다. 그리고 바로 채용 절차에 들어갔으며, 11월에 있었던 11학년 모의고사 감독일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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