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 스도쿠 책을 산다. 약 6천 원 정도 한다.
틈틈이 소파에 앉아서나, 아이들을 픽업할 때 차 안에서 시간 때우기에 좋다.
늘 바쁘게 살아왔어서 그런지 잠시도 뭔가를 하지 않고 있으면 불편할 때가 있다.
스도쿠는 그런 나에게 심심풀이 땅콩 같은 것이다.
뭔가를 풀어내는 것도 재미있다. 핸드폰으로 하면 계속해서 조그만 화면을 뚫어져라 봐야 해서 눈이 쉽게 피곤해진다. 책에 하면 연필이 종이에 긁히는 느낌도 좋다.
엄마의 거실은 항상 tv가 켜져 있다.
너는 떠들어라 나는 내 할 일 하련다. 하지만 너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을 테니 계속 떠들어주라...
엄마가 tv를 대하는 자세이다.
엄마는 가만히 tv만 보고 있지를 못한다. 화투로 운세를 치거나 아님 핸드폰으로 숨은 그림 찾기 게임을 한다. 엄마의 이명이 심해지고부터였을 것 같다.
tv소리에만 집중하다 보면 중간중간 이명이 엄마를 괴롭혀서 뭔가 tv 말고도 정신을 다른 데로 분산시켜 집중하고 있으면 덜 괴롭다고 하셨다.
이명도 이명이지만 엄마의 성격이 한몫하는 것도 있으리라.
둘째도 영화야 집중해서 보지만 한번 봤던 드라마를 자주 틀어놓는데 그럴 땐 뜨개질을 하거나, 캔버스와 물감을 한가득 꺼내놓고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거실은 늘 둘째의 물건들과 실들이 굴러다닌다. 귀는 열어놓고 뭔 말을 하는지 모두 캐치한다. 오늘도 그렇게 반 친구가 동생에게 선물한다고 주문한 개구리 한 마리를 완성했다.
심심함을 참지 못하는 삼대가 TV와 함께 엄마는 화투장을, 나는 스도쿠를 그리고 둘째는 뜨개질을 하며 각자 시간의 빈틈을 채워가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