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의 지역 유스오케스트라 합숙 마지막날 공연이 있는 날이다. 공연장으로 가는데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심심함을 참지 못하는 둘째는 핸드폰을 가지고 나가려다 우리에게 들켜 못 가져 나가게 된 것이 분한지 뒷자리에 앉아서 골을 부렸다.
우리 부부는 차 안에서 아이들이 핸드폰 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잠깐 차 안에 있는 동안의 지루함을 참아내는 것도... 그리고 차창 밖의 풍경을 보며 멍을 때리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외출하거나 친척집 방문을 하거나 여행을 갈 때 아이들의 핸드폰은 늘 집에 두고 가도록 한다.
지난여름 2주 넘는 프랑스 캠핑 때도 핸드폰 없이 아이들은 순간순간 몰려오는 지루함이 있었을지라도 핸드폰 없는 시간들에 익숙해져 잘 보내다 왔다.
나는 앞자리를 포기하고 뒤에 앉아 B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끝말잇기 하며 갈까?"라고 하니 곧바로 언제 골을 부렸냐는 듯이 온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엄마가 웬일로 끝말잇기를 한다고 해? 이런 거 안 해주니까 내가 자꾸 차 안에서 핸드폰 보려고 하는 거야. 끝말잇기가 핸드폰 보다 훨씬 좋아!"
나: 고추장
B: 장.......
나: 아빠가 할머니를 뭐라 부르지?
B: 장미....
나: 아빠가 할머니를 장미라고 불렀어?
B: 아니 아니... 장... 미언니?
순간 엄마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웃음이 팍 터지고 말았다. 점점 한국말이 낯설어지는 B에게 본인보다 더 서투른 아빠가 장모님을 부르는 소리가 '장미언니'로 들렸다니.... 그런데 듣고 보니 장모님보다 훨씬 예쁘고 사랑스럽다. 엄마에게 전화해 엄마는 영국사위한테 줄곧 장미언니였다고 얘기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