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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an 16. 2024

반말만 배운 자히야

어느 날 10학년의 체육 이론 수업에 들어갔다. 체육은 보통 실기 수업인데 그날 선생님에게 급한 일이 생겨 아이들에게 간단한 과제를 주고 내가 그 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학생들은 조금은 느슨한 분위기에서 주어진 과제를 시작했고 어쩌다가 아이들이 나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중국인이에요?"

"우리 학교에 F 숙모 맞아요?"

"F는 영국인인데 어떻게 선생님이 F의 숙모일 수 있어요?"

"선생님은 몇 개 국어를 하세요?"

"우리 엄마는 새해만 되면 중국어로 '꽁시팍초이'라고 하는데 맞는 말이에요?"

........

우리 학교에는 아이들 고종 사촌이 다닌다. 그 애가 F이고 10학년이다.

아이들에게 난 한국인이고 F의 숙모가 맞고, 3개 국어를 한다고 했다. 그때 자히야라는 학생이 나를 부른다. 그리고 귓속말을 한다.

"어렸을 때 BTS의 펜이었고 한국어를 혼자 배워서 꽤 읽을 수 있고 알아들을 수 있으며 말도 꽤 잘한다. 그리고 나, 죽을래?라는 말도 알아!"

"자히야, 그거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말이야?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어?"

"알아, 한국 드라마에서 배웠어."

"앞으론 그런 말 하지 마, 그리고 다음부터 나한테는 한국말로 해. 알았지?"

"좋아!"


그리고 어제 자히야 반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자히야는 영국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면 한국 연세대학교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장학금을 받고 들어갈 수 있는 방법과 장학생으로 뽑히는데 유리한 준비사항들을 일러주었다. 혹시 몰라 연세대학교만 바라보지 말고 그 외에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들 몇 개를 더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네가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음.... 너라는 말은 친구들이나 너보다 어린애한테 하는 말이야."

"아, 알았다. 그럼 아줌마?"

한국인이 아닌 외국애가 나한테 아줌마라고 한 경우는 처음이라 조금 당황했지만 웃기기도 했다.

"선생님이라고 하면 돼"


한국말을 혼자서 드라마 보면서 배워서 그런지 모든 게 반말이다. 그래도 내 말을 알아듣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까지 혼자서 공부했다는 사실이 여전히 놀랍다. BTS의 위력이 그야말로 대단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앞으로 자히야가 반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도를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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