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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an 25. 2024

12살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

7학년 웰빙 수업

아침에 본격적인 1교시 시작 전 20분 동안 반별 조회가 있다. 담임이 결근을 하면 그 조회도 커버교사들이 들어간다. 7학년( 중학교 1학년)의 조회에 들어갔다. 그날은  wellbeing이 주제다. 주어진 자료를 열어보니 딱히 아이들에게 지도할 내용이 없었다. 아이들도 파워포인트를 보더니 그냥 just dance 유튜브를 틀어달라고 해 성화이다. 그런데 마침 옆반에서 우리 학교를 입학하기 위한 시험이 치러지고 있어서 음악 틀어놓고 춤추는 것은 방해가 될 거라고 아이들에게 상황 설명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고 했다.


"선생님은 보통 아침 6시에 일어나는데 일어나자마자 에스프레소 한잔 내려서 카페라테를 만들어 먹는 것이 세상 제일 행복하다. 그럼 너희들도 한 번 이야기해 볼래?"

"주말요!"

"독서요!"

"축구요!"

"친구요!"

"체조요!"

"초콜릿요!"

"티모시 샬라메요!"(주변에선 웩웩하는 소리가 들린다. 느끼하다는 둥, 못생겼다는 둥...)

"휴가요!"


그러곤 번쩍 들어 올린 손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휴가라고 대답한 아이는 방학 기다릴 필요 없이 주말에도 프랑스 정도는 다녀올 수 있는 그런 휴가가 행복하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혹시라도 소외되는 아이들이 있을까 싶어 얼른 말을 얹게 된다.


"큰일이 아니어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사소한 것들이 있을 거야. 한 번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찾아보고 감사하며 살 수 있으면 그게 웰빙이지 뭐. 선생님도 커피 한잔이 주는 행복감이 그 어떤 것보다 커."


한국에서 잠깐 시골 마을에서 영어스쿨을 운영한 적이 있다. 그곳에 오는 아이 중에 한 명이 부모님이 사업을 하셔서 해외여행을 자주 다녀왔다고 그것도 비즈니스클래스를 타고 다녀왔다고 자주 이야기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다른 학부모가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우리 아이가 집에 와서 울었어요. 우리 집은 가난한 거냐고요... 왜 우리는 해외여행을 가지 않느냐고요... 휴가를 내기 힘들어 못 간 것도 있는데....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이라도 다녀와야겠어요.'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다가도 가끔은 누군가의 행복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각지도 않았던,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던 불행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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