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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Apr 21. 2023

영국에서 선생님이란 직업

수학교사+과학교사

시험 감독 면접을 볼 때 학교 교장이 한국에서 내 경력을 보더니 시험 감독관만 하기에는 스펙이 너무 높다고 했다. 내가 GCSE(중학교+고등학교 1학년) 수학은 가르칠 수 있고 아이들 수학지도를 집에서 한다고 하니 나보고 대뜸 교사 트레이닝을 받아 보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나는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라고 바로 대답했다.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나 스스로 이 나이에 교육을 전공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수학교사... 말도 안 된다고 한정 지어버린 것이다. 정작 내 면접을 보는 이 학교 교장은 내 나이와 내 전공과 내가 한국의 지방대학을 나온 것은 전혀 두에 두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영국은 수학교사와 과학교사가 특히나 부족하다. 그래서 보통은 PGCE(교사 자격 대학원 과정)를 마쳐야 하지만 요즘은 딱히 그 자격증 없이도 학교 재량으로 판단하여 학교 자체 교사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게 하고, 무사히 마치면 그 학교나 다른 학교에 취직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물론 지역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내가 사는 영국의 남동쪽은 인구가 많고 학교도 참 많다. 그래서 교사가 더 부족한지 모르겠다.


난 한국의 지방 국립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문과생이다. 고등학교 때 공부한 실력으로 여기 와서 내 아이들 수학지도를 하고 있다. 물론 졸업한 지 어마어마한 시간이 흘러서 모든 문제를 다 막힘없이 푸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 참고서를 봐가면서 지도가 가능하다. 큰 딸아이가 대학입시반에 들어가는 9월부터는 advanced level 수학을 해야 한다. 같이 공부해 보기로 했다. 많이 어렵다고 들었다. 해보고 수학 과외든 뭐든 할 수 있을지 생각을 다시 해볼까 한다.


영국은 교장이 교사를 직접 채용한다. 공립학교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이 발령을 내지 않기 때문에 학교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지 않고 한 학교에서 원할 때까지 근무할 수 있다. 그리고 일주일에 일하고 싶은 날수만큼 계약을 그렇게 하면 된다. 하지만 다른 직종에 비해 급여가 높지는 않다. 대신 교육 연금이 꽤 괜찮은 편이다. 한국의 교사보다 일이 더 많다. 하루에 수업을 꼬박 5시간 연이어서 하는 경우도 있다. 공강이 생기면 가끔은 결근한 선생님들 수업에 대신 들어가 수업지도도 해야 한다. 특정교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수업교재는 교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시험도 자주보고 모두 채점을 해야 한다. 물론 시험은 모두 주관식이다. 하지만 일 년에 약 13주 정도의 방학이 있다. 방학은 그야말로 방학이다. 학교와 관련된 어떤 일도 할 필요가 없다. 물론 주임급 교사들은 여름방학에 중요한 시험 성적이 발표되기 때문에 학교에 나가야 하는 날도 있지만 일반 교사들에게 방학은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남편은 일반 직장인과 비교해서 방학이야 말로 본인에게 주는 보너스 같은 거라고 한다. 돈보다 방학을 택하겠다고. 그래서 우린 여름 방학에 길게 여행을 한다. 교사월급으로 긴 여행은 힘들 수 있다. 그래서 우린 비교적 저렴한 캠핑을 간다. 캠핑지에 가면 우리와 같은 교사 가족들이 많다.


교사의 과외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래서 교사들이 저녁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과외를 하는 경우가 많다. 큰 딸아이도 영어과목 과외를 남편 학교 영어주임교사에게서 받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는 많은 과외수업들이 온라인 포맷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교사들의 과외가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꼭 수학교사가 되지 않더라도 나이불문, 전공불문 본인이 할 수 있다는 것만 보여주면 여기선 수학교사든 과학교사든 할 수 있다는 것이... 꿈꿔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은 썩 괜찮은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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