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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y 07. 2023

GCSE(중등교육검정시험) 실기 시험

미술, 음악, 디자인, 체육, 공연예술, 외국어 말하기

4월 말부터 5월 초는 영국 고등학생들의 GCSE 실기 시험이 치러진다. 실기시험은 학교의 자체 일정으로 보통 공식 이론시험 전에 치러진다.  공식 이론 시험은 5월 중순에 시작해서 약 3주간 지속된다. 시험 시간표는 하루에 한 과목에서 많게는 두세 과목씩 치는 학생들도 있다. 대학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보다 길게 시험 일정이 짜인다. 하루에 모든 것을 보는 수능과는 매우 다르다. 11학년(GCSE 시험 보는 학년) 수업지도가 있었다. 종료시간 5분 남겨두고 아이들이 이미 가방을 싸고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을 종 치기 전에 미리 내보내면 안 되기에, 한국의 대입시험에 대해 알려주었더니 아이들이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한 학생은 한편으로는 하루에 다 봐 치우면 속은 시원하겠다고 했다.  


GCSE란:

영국의 중등교육자격시험으로 중등 교육을 제대로 이수했는지 평가하는 국가 검정 시험이다. 이 시험 결과에 따라 대학 준비반인 SIX FORM(A-LEVEL이라고도 부르며 대학을 가기 위해 2년간 본인이 대학에서 전공하고 싶은 과목과 관련된 수업을 3~4개 정도 듣는다. 배우는 과목 수준이 우리나라 대학 1~2년 과정 수준에 가깝다)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SIX FORM 과목 선택 시 GCSE 같은 과목 시험결과가 보통은 9급이 가장 높은데 7급 이상은 받아야 웬만한 Grammar school six form에 들어갈 수 있다. GCSE 필수 선택 과목은 영어, 수학, 과학, 외국어 1개, 종교학등이 있고, 나머지 3과목에서 그 이상의 과목은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10학년부터 11학년까지 본인이 선택한 과목별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게 된다. 대학을 가지 않는 학생들은 취업을 할 때 모든 직장에서 요구하지는 않지만 직종 관련 GCSE 시험 성적을 입력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영국학생들에게 아주 중요한 시험이라 할 수 있다.


지난주에는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말하기 시험 감독이 있었다. Grammar 학교는 외국어는 무조건 한 개를 선택해야 한다. 영국의 고등학교는 외국어로 보통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한다. 물론 지역에 따라 언어가 더욱 세분화된 곳도 있다. 그리고 남자 Grammar 학교는 라틴어가 추가된다. 영국의 Grammar 학교라는 이름도 라틴어 문법 즉 그래머를 가르치는 학교라는 데서 생겨난 것이다.

일반 학교를 다니고 있는 큰 딸아이는 외국어를 선택할 필요는 없지만 프랑스어를 선택해서 곧 말하기 시험을 앞두고 있다.


대부분 GCSE 시험 첫 개시를 외국어 말하기 시험으로 한다. 학생들이 매우 긴장한 상태로 한 명씩 내 방에 들어와서 역할 PLAY 카드와 사진카드를 나눠주면 12분간 나눠 준 빈 종이에 자신이 할 말을 적어 내려간다. 그리고 12분이 지나면 외국어 교사가 있는 방으로 가서 본격적인 말하기 시험을 본다. 준비할 시간을 주고, 또 준비한 종이를 가지고 들어가 보면서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만약 학생이 본인이 배정된 시간을 깜빡하고 나타나지 않거나, 사정이 있어서 그날 등교하지 못했으면 catch up 시험 시간을 다시 주고 시험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catch up 시험을 보는 한 두 명을 위해서도 시험 감독관이 배치되어야 한다. 외국어 말하기 시험 마지막 감독날은 오전 11시에 배정된 학생들의 시험이 모두 끝났는데 catch up 시험 한 명을 위해 2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다. 그럼 학교는 두 시간의 시급을 나에게 주어야 하니 그럴 때는 사무실에 가서 혹시 일거리가 없는지 찾아보고 다음번 시험지 복사라든지 아니면 시험 관련된 행정일을 도와주기도 한다. 


의상디자인 실기 시험은 이틀 동안 이루어진다. 나는 두 번째 날 배정이 되어 학생들의 마무리 작업을 볼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마치 마이클코어스가 나왔던 미국 리얼리티프로그램 '런웨이'를 보는 것 같았다. 학생들은 디자인 룸과 재봉틀 룸, 두 곳을 바삐 오가며 의상을 완성한다. 나는 재봉틀이 약 30개 정도 설치되어 있는 방에서 감독을 했다. 학교는 재봉틀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의상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재료들을 구비하고 있고 제공해 주는 것에 놀라웠다. 학생들은 본인 의상에 필요한 천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모두 학교에서 제공하는 것을 쓴다. 기본 색 천부터 부직포, 실, 레이스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재료들이 두 개의 창고에 가득했다.  그리고 시험에 의상디자인과 주임 교사가 배치되어 학생들에게 기술적인 조언이나 도움을 줄 수 있게 한다. 솔직히 감독관으로서 할 일은 학생들이 완성해 가는 작품을 구경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은 없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할 뿐이다.


어떤 학생은 정말 장래 패션디자이너로서의 아우라가 보이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기술은 좋은데 너무 많은 아이디어를 담다 보니 전체적으로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디자인도 있었으며, 내가 왜 이 과목을 신청했을까...라는 후회막심의 얼굴로 꾸역꾸역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시험이 끝날 시간이 다 되어가니 하나둘 마네킹에 피팅을 하는데 와우! 해놓고 보니 모두가 대견해 보였다. 침착하게 이틀 동안 노력해서 만들어낸 결과물들 앞에 학생들은 지친 얼굴이긴 했지만 한 가지를 해냈다는 뿌듯함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보다 바쁘게 이 학생 저 학생 옮겨 다니며 제시간에 마칠 수 있게 지도한 선생님의 노고까지... 나도 모르게 선생님의 '모두가 자랑스럽다'는 마지막 코멘트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미술 실기 시험도 꼬박 이틀 동안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10학년부터 2년 동안 스케치북 한 개에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GCSE 보는 11학년 중간부터는 파이널 프로젝트로 새로운 스케치북에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실기시험 당일날 최종 작품 하나를 완성한다. 스케치북과 파이널 작품 모두가 학교 미술 선생님에 의해 채점되고, Moderator(감정하는 사람)가 학교로 파견 나와 다시 한번 채점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 실기에 참여한 학생들은 주제에 맞춰 재봉틀로 액자 같은 것을 만든다거나, 캔버스에 수채화를 그리던가, 조각, 비즈공예, 타일아트, 사진아트 등등 같은 것을 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미술 실기 담당자와 교사 한 명이 학생들을 도와준다. 그리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물감, 종이, 각종 펜 및 도구들을 모두 제공한다.


이것 말고도 이 학교에서 학생들이 선택해서 GCSE 실기를 보는 과목은, Dance, Drama, 체육, 그래픽디잔인, 의상디자인등이 있다. 이상하게도 음악도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하고 있지만 이 학교는 음악과 교사도 적고 시설도 많이 낙후되어 실시하고 있지 않다. 딸아이는 다른 학교에서 음악을 하는데 평가되는 실기 분야가 작곡 2개, 연주 2개(솔로+듀엣)이다. 그리고 시험기간에 이론시험을 본다.



중고등학교 때 가정시간과 미술시간에 난 무엇을 배웠던가 기억해보려 했다. 별것은 없었던 것 같다. 재봉틀은 구경조차 해보지 못했다. 영국에도 교육의 허점과 문제점이 많이 존재하지만 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지원해 주는 부분이 참 맘에 든다. 그리고 큰 시험에 도움 되지 않는 과목은 등한시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한해서는 학교에서 최대한 다른 과목과 동등하게 가르친다. 그래서 학생들이 별도로 사교육을 받을 필요 없이 학교 교육만으로도 어느 정도 수준의 실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아주 높은 수준을 바라보는 학생이라면 영국에서도 과외를 받아가며 하지만, 굳이 과외를 받지 않아도 어느 정도 재능만 받쳐 준다면 학교에서도 충분히 실기과목에서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는 점이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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