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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y 14. 2023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2023.5.12 금

Paye의 Good morning과 see you later!

* 헤어질 때는 아주 안 볼 사이가 아니면 good bye라 하지 않고 see you later, 그리고 언제 볼지는 모르지만 언젠간 볼 사람은 see you soon이라고 한다. good bye는 우리가 보통 헤어질 때 하는 '안녕히 계세요' 와는 다른 뉘앙스를 가진다.


Paye는 얼마 전부터 커버 교사로 일하고 있다. 시험매니저와 커버 매니저가 사무실을 공유하기 때문에 출근하는 날이면 보게 되고 또 커버일로 투입된 날은 아침, 오전 쉬는 시간, 점심시간 같이 앉아 있을 때가 있다. 보통 눈길도 주지 않고 인사를 해도 받는 둥 마는 둥... 오늘은 웬일로 내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먼저 굿모닝을 해서 놀랐다. 그래서 하루종일 이 여인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는데... 웬걸 퇴근하면서 see you later!라고 하니 나는 처다도 보지 않고 하는 둥 마는 둥 인사를 받는다. 오늘은 굿모닝 인사받은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것일 수도 있다. 언젠가 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see you later! 할 날이 오겠지!


Year 11 셔츠 사인

월요일부터 공식 GCSE(중등교육검정시험) 시작이다. 오늘은 매니저가 하루만 도와달라고 해서 시험 장소 세팅작업을 하느라 바쁘게 돌아다녔다. 마침 오늘이 시험을 볼 11학년 아이들의 공식 등교 마지막 날로 복도에는 교복 셔츠에 사인을 받으러 돌아다니는 학생들로 붐볐다. 그런데 갑자기 학생 두 명이 나를 급하게 불러 세웠다.


'Hi, Ms Lim, would you write something on my shirt?'

'Can I sign in Korean?'

'Yes please!  I love it!'


나는 아이들의 셔츠깃에

행운을 빌어!!!라고 써주었다.

아이 둘은 내가 쓴 한국어에 감동하며 어디서 들었는지 나에게,

'감사합니다!'

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게 아닌가!

분명 내가 들어간 커버수업 반의 학생이었을 것이다. 나의 이름을 기억해 주고 나에게 사인해 달라고 한 게 나는 너무 기뻤다. 지금까지 커버수업을 한 날은 합쳐서 10일 정도 될까 말까이다. 헤어질 때 내가 시험 감 하는 것을 알고는 월요일 시험 볼 때 보자며 반갑게 손을 흔들고 복도를 빠져나갔다.

기억되고 이름이 불려진다는 것은 기분을 썩 들뜨게 하는 일이다.


클레어에게 대화 요청

시험감독관일도 좋지만 고정수입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아 커버교사 자리가 나면 지원해 볼 요량으로 기다려왔는데 마침 월요일~수요일까지 커버교사로 일하고 있는 잭이 그만둔다는 소식을 접했다. 커버 매니저는 클레어로, 나보다 훨씬 젊다. 그런데 말투가 좀 쌀쌀맞고, 웃고는 있지만 얼굴은 여전히 화난 사람 같은 뭐 그런 느낌. 그렇다고 못된 사람은 아닌데 암튼 여러모로 대화를 걸기가 부담스러운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그 자리 관심 있다 말하는 걸 미뤄오고 있었다. 잭이 그만둘 때 나한테 귀띔을 해주기로 했다. 그때 가서 클레어와 이야기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그냥 용기를 내서 클레어에게 내가 그 자리에 관심 있다고 하니 학교에서 그 자리에 사람을 뽑지 않을 수 있는데 네가 그럴 의향이 있다는 것을 이메일로 보내주면 교장에게 전달하여 푸시 아닌 푸시를 해보겠다고 했다. 내가 커버 교사하는 데는 전혀 문제 될 것 없이 원더풀 할 거라고 했다. 말을 꺼내길 정말 잘했다. 되든 안 되 일단 내가 관심 있다는 것을 클레어에게 알린 것만으로 만족스럽다. 그리고 자리가 나면 나에게 기회가 오지 않겠는가! 나도 모르게 나이 때문에, 원어민 같지 않은 영어 때문에 주눅이 들 때가 없지 않은데 용기 낸 나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슈페르트 피아노 5중주

(자클린 뒤프레 첼로+다니엘 바렌보임 피아노+이작 펄만 바이올린+핀카스 주커만 비올라+주빈메타 더블베이스)

자클린 뒤프레의 짧은 첼로 인생 연주곡들을 사랑한다. 그의 남편 다니엘 바렌보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 중에 하나이다. 오늘은 하루의 의미를 마감하며 세기의 연주가 5명이 연주한 슈페르트 피아노 5중주를 감상했다. 세상에 태어나 젊은 시절 어벤저스를 능가하는 이 5명이 함께한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동이고 행복이다. 유일한 홍일점인 자클린 뒤프레가 살아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ry-LnGI99RI&t=12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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