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감독관이 왔어

by 임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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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스 춥고 흐린 날의 월요일은 평소 때 보다 30배는 일하러 가기가 싫어지지 않아? 일어난 지 한 시간 만에 집에서 나왔는데, 몸뚱이 여기저기가 아직 덜 깨어있고, 아침부터 속도 좀 안 좋고, 늘어진다 늘어져... 오랜만에 커피 내려 마신 게 문제였어. 내가 전에 말했지. 일하다가 화장실 가기 불편하다고. 그래서 아침에 웬만하면 커피 안 마시고 출근하는 건데 아팠다 안 아팠다 이상하게 속이 진정이 안 되는 거야. 어디 수습할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고, 오늘 출근 힘들다 말할 정도의 급한 상황도 아니니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학교로 갔지 뭐.


근데 있잖아, 문 열고 들어갔는데 못 보던 실내화가 있어. 그리고 다들 모여 있는 휴게실 다다미 방으로 들어갔는데, 어라? 옷걸이에 남자 양복이 걸려 있는 거야. 이미 급식실이 술렁이고 있더라고. 무라오카상, 무라오카상이 왔다고... 무라오카상? 누구지? 하고 있는데, 니시가타상이 ‘처음이라 잘 모르겠지만 3,4개월에 한 번 정도 현장에 와서 사람들 감시 감독하는 본사 직원이에요.’

헉, 낯선 사람이 껴 있는 것도 긴장되는데, 감독을 한다고? 혹시나 해서 위생관리, 작업 메뉴얼에 따라 일하고 있는지 한 사람 한 사람 체크하는 거냐고 물어봤어. 다행히 그건 아니래. 휴~ 아직 어느 타이밍에 앞치마를 입고 벗고 하는 건지 맨날 헷갈리는 데다, 냉장고에 우유나 샐러드 넣고, 꺼낼 때 온도 잰 다음 기입하는 일도 어제 처음 알았다고. 나같이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이 어리버리하게 일하고 있다고 본사에까지 알릴 일은 아니지만, 눈에 띄는 실수라도 하게 되면 얘깃거린 되겠다 싶었어. 아 놔~ 오늘 정신 좀 차려야겠다 싶었는데 니시가타상이 무라오카상은 현장 실무 경험이 워낙 많아서 일하면서 끝없이 자기 경험 얘기를 하고, 뭐든 손이 빨라서 느리게 일하면 지적할 거라고 살짝 귀띔해줬어. 그래도 너무 신경 쓰면 일하기 힘드니까, 적당히 그려려니 하라고 말이야. 아... 과연 될까?


급식실 딱 들어갔는데, 역시 한 명의 낯선 존재가 주는 존재감이 압도적이었어. 하얀 위생복을 입고, 급식실이 한눈에 보이는 정리실 문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는 저 사람이 무라오카상. 위생복은 정말 눈만 보여서 그런 건지 날카로운 눈빛도 그렇고, 날 선 눈의 주름이 찡긋할 때마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이 있나 보다 계속 의식하게 됐지. 그러다 쨍그랑~! 이마나카상이 식기 개수를 세다가 하나를 깨뜨렸어. 어! 하는 순간 무라오카상이 와서는 파편이 튀어 어디 들어가지 않았는지, 제대로 정리가 되고 있는지 일사천리로 지시를 내렸어. 평소 같으면 그릇 하나 깨는 거야 실수도 아니고 다들 얼른 치우고 다음일 하는데, 이 감독관이 있음으로 해서 큰일이 되어 버리는 거지. 죄송합니다! (모우시와케고자이마셍!)을 몇 번이고 사죄인사를 반복하고 나서 일은 수습이 되었어.


한참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무라오카상도 조리 직원들 도와주느라 감시에서는 조금 멀어졌는데, 계속 이야기 소리가 들리고, 직원들은 얘기가 길어져서 곤란해하고..ㅋ 나도 배식에 맡겨진 일들을 하느라 무라오카상이 잠시나마 보이지 않았어. 이렇게 각자의 일만 하고 끝났으면 참 좋았을 것을, 배식 일에서 만나게 된 거지. 메뉴는 생선 튀김이었는데, 직원이 큰 가마에서 생선을 튀겨 넘겨주면, 알바는 반별 인원만큼 수를 세서 트레이에 담고, 위에 돈가스 소스를 뿌려준 후 배식차에 운반하는 거야. 나는 소스와 운반을 담당하는 보조 역할이었어. 1학년 1반, 1학년 2반... 인원수만큼의 생선 튀김이 든 트레이들이 계속 넘겨지는데, 어디다 놓아야 할지, 소스는 어디다 놓고 뿌릴 건지 공간 확보가 전혀 안 되는 상황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으니까, 쯧쯧! 무라오카상 눈에 딱 띈 거지. 생선 튀김을 저쪽에서 넘겨주니까 이쪽에 놓아라. 소스가 뿌려진 트레이는 뒤로 밀어서 자리를 확보해라. 아... 네네, 알겠습니다. 멋쩍을 땐 왜 이렇게 웃음이 나는 건지. 진지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서 조심스러운데 나는 반사적으로 웃게 돼. 으... 이러지 말자. 분위기 파악해!


아침에 이상하게 늘어진다, 쳐진다 했는데, 웬걸, 어느새 온 신경 하나하나를 집중시켜 일을 하고 있더라고. 배식까지 끝냈더니 어디서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빠져나온 기분이 들더라. 점심 준비 부탁한다고 하길래 식기랑 음식을 들고 다다미 방으로 들어갔지. 한 사람이 벌써 옷을 갈아입고 앉아 있었어. 어? 무라오카상?? 대박! 하얀 위생복에 마스크까지 했을 땐 눈의 시선, 주름 하나만으로도 압도될 만큼 강렬하고 매섭더니, 양복 정장으로 갈아입은 모습은 의외로 스마트하셔. 뻘쭘해하는 나한테 ‘왜 그렇게 일을 엉망으로 합니까?’가 아니라, ‘일은 할만한가요?’라고 물어봐서 또 한 번 깜놀.

점심 먹으면서 달라진 본사 지침이나 다른 현장 얘기도 듣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듣고... 그냥 평범한 아저씨네. 왜 그렇게 한참 쫄았을까 나는...

매번 이런 에피소드들이 생기는 게 참 신기해. 신기하고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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