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니까 면접은 7월에 봤고, 딱 9월부터 새 알바도 시작하겠다 여름 방학 동안은 정말 신나게 놀았지.
첫 출근하는 날은 매니저랑 역 앞에서 만나 같이 가기로 했거든.
출근은 원래 9시인데, 첫날이니까 9시 30분에 만나자 하더라고. 우리 집에서 전철 시간 15분 정도 걸리는 거 계산해서 집에서 출발했는데 그럭저럭 한산해서 출퇴근할만하겠다 싶다가 생각해보니 아차! 내일부턴 출근 시간 댄 거야! 죽었지 뭐.
학교에 도착하면 왜 현관 다 잠겨있고 집무실이랑 연결된 초인종 누르게 되어 있는 거 알지? 그거 누르고 급식실입니다.라고 얘기하면 문이 자동으로 열려.
들어가서 매니저가 가르쳐주는 대로 신발장에서 실내화로 갈아 신고 있는데, 탁탁 탁탁 도마 위 칼질 소리가 아주 리드미컬하게 들리더라고.
아 저기가 급식실이구나... 분주한 소리가 나는 급식실 옆 철문을 열고 학교 실내화에서 또 한 번 슬리퍼로 갈아 신었어.
급식실 신발은 또 따로 있다네. 으... 급식실까지 가는 길이 왜케 복잡한 거냐고.
신발 갈아 신는 거부터 이렇게 단계가 많으니 머리를 풀가동 중인데, 매니저가 들입다 큰 소리로 “오하요 고자이마스~! 새로 온 아르바이트 나카무라 상이예요.”라고 소개해 버렸어. 모든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잖아. 다행히 인사하러 나온 사람은 영양사 선생님이랑 조리 담당 리더 두 명. 간단히 자기소개하고 매니저가 내 소개해주고 끝. 일본어로 첫인사라 너무 떨렸는데, 짧게 넘어가서 얼마나 다행인지.
바로 옷도 갈아입고, 밥도 먹고 한다는 작은 다다미 방으로 따라 들어갔어.
간단한 서류 체크하고 나니까 위생복 상/하의랑 신발, 모자, 해어 캡 각각 두 벌씩을 주더라.
비닐 뭉치를 다 뜯어서는 라벨 쪽에 이름 쓰라고... 음... 그치 이름 써야지... 일본은 첫 사회생활 보육원부터 자기 물건에 이름 쓰는 문화잖아. 나카무라 나카무라, 신발에도 나카무라...
이어서 매니저가 학교 급식의 기본 설명서를 딱! 펼치고선
눈에 확 띄는 노란 배경에 빨갛고 굵은 글씨로 써진 부분을 읽더라.
생굴! 생고기! 날계란은 먹지 않습니다.
헐, 급식 일하는 날에만 안된다거나 조심하라는 게 아니라, 식중독 때문에 먹으면 절대 금지. 이 일을 하는 동안 그냥 쭉~~ 안 되는 거래. 이런 경우도 있는 건가? 생굴 생고기 날계란과의 갑작스러운 사요나라라니! 날계란 안되면 스키야끼도 못 먹는 거잖아. 좋아하는 메뉴가 하나 줄어드는 건가? 여기까지 와서 날계란 못 먹느니 이 일을 그만두겠어요 할 수도 없고.
아... 네, 먹지 않겠습니다... 하고 말해버렸지 뭐.
그건 시작에 불과했어.
학기마다 건강 검진 결과 제출,
장내세균검사가(채변) 월 2회, 한 달에 한 번 직원들 순번대로 돌아가며 노로바이러스 검사,
바이러스성 위장염, 독감 걸리면 당연히 출근 안되고, 설사나 열, 구토 증상 있으면 출근 금지, 가족 중에 그런 증상이 있어도 출금, 작업 중에 알게 되면 바로 퇴출!
손에 상처 생기면 근무 기록장에 기록한 다음에 위생 장갑 끼고 조리해야 되고, 식재료 만지는 작업은 하지 않는 게 원칙.
위생장갑 끼고 작업하다 살짝이라도 찢어지면 모든 사람들이 하던 일 스톱하고 찢어진 파편 그거 찾아야 되고, 중간에 화장실 갈 때는 스텝 전용 화장실 사용하는데 위생복 위아래 모자까지 전부 다 벗고 들어가래. 진짜 내 귀를 의심했어. 화장실 가지 말란 소리야.
적리균, 살모넬라균, 장관 출혈성 대장균...
처음엔 하나하나 새겨들으려고 했는데, 새겨서 들을 얘기가 아니더라고.
일단 나의 상식을 초월하는 위생관리 시스템인데... 음, 이럴 땐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해버리는 게 답인 거 같아. ㅋㅋㅋ 학교급식의 기본 규칙들은 일하면서 차차 익혀야지 생각하고 머리를 하얗게 비워버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