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운동 같은 거 하신 적 있나요?”
“아... 네, 고등학교 때 탁구부였어요. ”
우리 학교 탁구부? ㅋㅋㅋ 특활시간에 특별히 하고 싶은 거 없는 애들이 들어가는 농땡이 부였다고. 일본의 고등학교 탁구부, 배구부, 테니스부 이런 운동계열 동아리를 생각하면 완전 큰일 나는 거잖아. 군대 수준의 선후배 관계에다 새벽부터 힘들게 훈련하면서 10대 청춘을 바치는 게 일본의 운동부인데... 국가대표까지 나오는 운동부가 또 얼마나 많아. 아차, 운동부 이미지로 굳어지면 알바하다 들통날 수 있는 건데 괜히 말했나? 에이, 탁구부라고 날 뽑진 않겠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카페에서 진지한 면접은 애당초 글렀고, 검은색 치마 정장 차림의 서글서글한 인상의 매니저 나카니시상은 뭐든 내 조건을 다 잘 들어줄 기세였다고. 내가 외국인이라 급식 일할 때 말이 통할까 걱정했더니, 자기랑 면접 볼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거야. 다른 학교에도 한국 사람들 많은데 아무 문제없이 일 잘한다면서 도리어 격려하더라. 이후에도 내가 어떤 얘기를 해도 괜찮아요, 상관없습니다! 연발. 전에 보던 면접들과는 너무 분위기가 다른 거지. ㅋㅋㅋ 이 학교는 사람이 급한가? 생각보다 힘든 일이라 하려는 사람이 없나? 다 괜찮다 그러니 또 뭔 일인가 걱정하고 있는 나란 참... 그러다 면접 다 끝나고 마지막엔 안 해본 일인 데다 위험도 어느 정도 있고 힘든 일이니까 면접 결과 통보할 때까지 잘 생각해보고 가족들이랑도 상의해보라고 하더라고. 오우, 이 말 듣고 생각할 시간을 주는구나 싶어 좀 안심. 그렇게 술술 풀리는 면접은 끝났어.
집에 와서 불현듯 ‘급식? 내가 어쩌다 급식 알바를 하게 된 거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건데, 제대로 뭐 하는지 따져보지도 않은 것 같아.
급식 알바의 좋은 점은
1. 학교처럼 급식이 없는 방학엔 쉴 수 있다
2. 학교 급식을 점심으로 먹을 수 있다
(일본 학교 급식은 맛있기로 유명해서 요리책이 나올 정도)
3. 9시 출근, 잔업 없이 일을 마치면 2시 반
4. 유급휴가 있음
나쁜 점은
1. 힘쓰는 일이다
2. 힘든 일인데 비해 시급이 보통
3. 위생에 엄청 신경 써야 됨
4. 직접 조리하진 않지만, 위험할 수 있다
‘음...’
‘그래. 뭐 별거 있어? 맛있는 급식도 먹어보고, 주 3일 빡세게 일하고 주말까지 쉬지 뭐. 봄, 여름, 겨울 방학도 쉬니까 그렇게 많이 일하는 것도 아니잖아.’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고 얼마 있다가 나카니시상한테 드디어 합격했다는 연락이 왔어. 급식 알바는 합격이라고? 괜히 기분이 이상했어. 계약서랑 필요한 서류를 보낼 테니까 기입해서 8월 말까지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하더라. 우편이 도착해서 보니 필요한 서류가 8장이나 돼. 일어로 된 계약서며 서류에 눈이 핑핑 돌더라고. 아우... 근데 문제가 건강검진 결과 복사본. 아이 여름방학 맞춰서 8월 초에 한국 갔다가 중순쯤 오려고 일정 잡아놨잖아. 근데 8월 말까지 건강검진 결과를 보내줘야 한다는 거야. 검진하고 결과 나올 때까지 2주 이상 걸린다니 한국 갔다 와서 건강 검진하면 제출 기한까지 시간이 안 맞는 거지. 매니저한테 전화로 건강검진 서류만 좀 늦게 보내면 안 되냐고 사정 얘기를 했더니, 싸늘한 말투로 8월까지 서류를 다 제출하지 않으면 채용은 취소라나? 헐, 취소라니... 그렇게까지 얘기할 건 없지 않나? 면접 때 인상 좋던 나카니시상이라 순간 쫄았는데, 바로 돈은 좀 들지만(좀 많이 들지만) 하루 만에 결과를 알 수 있는 병원을 소개해 줄 수는 있다길래, 그 병원에서 검사받고 서류 제출하겠다고 했지.
한국 다녀와서 건강검진 결과 서류까지 마쳐서 보냈어. 매니저님께서 내 일본 이름을 두 번이나 틀리는 바람에 계약서를 3번이나 썼지만, 어찌어찌 8월 안에 서류는 마무리!
이제 9월 첫 월요일부터 출근!
준비물은 티셔츠, 양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