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다면 한 번쯤, 요시다 빵

by 임소요

먼저 인터넷 구인 광고 앱을 깔고 동네 엄마들처럼 근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봤지. 일단 디자인일은 힘들 거고, 어중간한 일본어로는 사무직도 힘들 거고, 슈퍼, 편의점, 약국, 도시락 가게, 빵가게들을 쭉~ 보고 있는데, 우리 동네에 요시다 빵이 딱 떠오르는 거야. 며칠 전에 빵 사러 갔다가 구인광고 붙어 있어서 유심히 봤었다고. 오~내가 알바 구하려고 하는데 알바 모집을 하다니 이거 완전 인연 아니야? 어쩌면 요시다 빵 구인광고를 보고 내가 일하고 싶어 졌는지도 모르겠네. ㅋㅋㅋ 첫 아르바이트로 좋아하는 동네 빵집, 너무 괜찮지 않아?


요시다 빵은 종류가 하나야. 옛날 급식에서 배식하던 심플한 타원형의 빵인데, 빵 속에 넣을 내용물을 손님이 고르는 시스템이야. 팥/마가린, 콩가루/버터, 꿀/마가린 등등의 조합으로 빵 양쪽면을 쓱쓱 발라줄 수도 있고, 야키소바, 감자크로켓, 우엉 연근 등이랑 야채가 함께 샌드 되어 있는 것도 있어. 즉석에서 주문받아 바로 만들어주는 스타일도 재밌고, 무엇보다 요시다 빵의 이미지나 경영 마인드가 참 좋다고 생각했거든. 간판에 그려진 착한 아이 일러스트는 또 얼마나 예쁜데. 기왕 아르바이트할 거라면 그 가게만의 감성과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곳에서 일해보고 싶었다고. 그리고, 그리고... 부드러운 빵이 표면이 밀리지 않게 잼 바르는 일 왠지 나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ㅋ 그런 생각하던 차에 며칠 전에 요시다 빵 구인광고 붙어 있는 걸 발견하고 이건 딱 나를 위한 거다 싶었어. 외국인인 데다 디자인 경력뿐인 이력서가 살짝 걱정은 됐지만, 그동안 흠모했던 마음을 담아 지원한 후에 기다렸지.

오, 그런데 바로 연락이 왔다니까.


돌아온 면접날엔 요 앞에 장 보러 가는 것처럼 자전거를 타고는 5분도 안돼서 빵집 앞에 도착했어. 가까워서 동네 친구네 온 듯한 느낌이 들었지. 특별한 인연이라 믿고 자신 있게 면접을 보려고 했는데, 아고 또 면접이란 게 너무 오랜만이라 떨리더라고. 그리고 담당 매니저의 첫 질문,

"요시다 빵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아, 그거야 이 동네 사는데 모를 수가 있나, 여기 처음 생길 때부터 소문이 자자해서 알고 있었고, 가족들이 요시다 빵을 엄청 좋아해서 자주 온다 말했지. 내 얘기를 신나게 하는 동안 긴장이 좀 풀어지더라. 내친김에 예전에 빵을 사러 왔다가 가게에 두고 간 적이 있는데, 저녁에 생각이 나서 부랴부랴 다시 왔었던 얘기를 하기 시작했어. 그때 스텝들이 친절하게 응대를 잘해줬었다는 얘기를 꺼냈지. 그때 좋은 인상을 받아서 나도 한 번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 했어. 일러스트도 너무 예쁘다고 칭찬했고. 그동안의 기억을 탈탈 털어 어필을 했다고. 그런데 한참 호응하면서 들어주다가 본격적인 질문은 다음부터 시작이었어.

"체력이 필요한 일인데 할 수 있겠어요?" "학생 때 운동부 한 적 있나요?" "일주일에 3일, 5시간 일하고 싶다고 희망했는데, 그 이상은 곤란한가요?"라고 묻는 거야. 그러면서 지금 면접 중인 사람이 몇 명 있는데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먼저 채용할 수밖에 없다나? 어라,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체력??? 운동부? 갑자기 풀타임으로 시작하긴 무지하게 부담스러운데.... 으아... 틀렸구나.

며칠 후 역시나 요시다 빵에서 불합격 연락을 받았어. 뽑는 입장에서 체력, 시간 따져봐야 될 거고, 외국인이면 커뮤니케이션도 불편하겠다 생각할 수 있지. 상당히 아쉽긴 했지만 요시다 빵 찐팬 손님으로 남는 걸로 일단락 정리했지 뭐.


이어서 일본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 보조교사 면접도 봤다가 떨어지고, 근처 보육원 급식 보조원은 아예 서류통과도 안 됐지 뭐야. 휴... 한국에선 면접보고 불합격된 적 없었는데 말이야. 풀이 죽어 알바를 꼭 해야 하나 고민했어. 근데 가속이 붙은 것처럼 어느새 다음 알바 자리를 찾고 있는 거야. 한 가지 알게 된 거라면 몸 쓰는 알바 업계에서 '체력 안되면 일 구하기 힘들다'였어. 그래서 체력은 내가 좀 되는 걸로 머릿속을 리셋한 후에, 한 초등학교 급식실 조리 보조원에 지원했고, 면접을 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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