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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와 유인원 작전

프라하 한달살이(2017-18)_키릴과 메토디우스 성당

by limstory

프라하 한달살이의 숙소는, 중심지에서 약간 벗어나 있었지만 여러 대의 트램이 다니고,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거리 모습이 내가 프라하에 있음을 실감 나게 해 주는, 아늑하면서도 편안한 공간이었다. 아이들이 늦잠을 자는 날이면 창가에 놓인 책상에 앉아 프라하 여행 책자를 보며, 오늘은 어디를 갈까 고민하곤 했다. 본격적인 여행책자보다 도시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해주는 책을 주로 읽었는데, 그중 하나가 '프라하 이야기_혜지원'였다. 그날 아침도 나는 아이들이 일어나길 기다리며 '프라하 이야기'의 목차를 뒤적이고 있었다.

숙소 창문에서 바라본 풍경


목차의 가장 마지막에, 끼워놓은 듯 적혀 있는 '댄싱 빌딩과 유인원 작전'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나의 호기심을 이끌었고, 결국 책을 다 읽었을 무렵에는 아이들이 깰까 소리 죽여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행 후 만든 책자에 내가 적어둔 감상

'유인원 작전'은 독일의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암살 작전의 작전명이었다고 한다. 키릴과 메토디우스 성당은 암살 작전을 수행한 7명의 체코슬로바키아 특수 부대원이 작전을 수행하고 숨어들었던 장소였다. 조국을 배반한 과거의 동료에 의해 위치가 발각되고, 치열한 마지막 저항을 했던 곳. 끝까지 나치에게 항복하지 않고 성당 지하 묘지로 들어가 자살을 선택한 곳.(이렇게 간단히 설명하기에는 그 과정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시민들이 너무 많았고, 이들의 저항은 너무나 숭고했다.)


첫 방문 때는, 월요일 휴관(2018년 기준)인걸 모르고 방문했다가 건물 입구 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날이 흐려서, 더 우울한 날이었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날이 좋았지만, 축 쳐진 마음은 여전했다. 그들의 희생이 너무 안타까웠다.

사진 속 작은 창문으로 소방호스를 넣어 지하에 숨어 있던 그들을 모두 익사시키려 했다고 한다.


[프라하 이야기 인용: 1942년 6월에 일어난 이 사건은 여전히 이 성당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건물 외부에 있는 총탄 자국을 없애지 않고 그대로 남겨 놓았으며, 부대원들이 마지막으로 저항했던 지하 묘지는 그때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한 채로 의롭게 숨진 7명의 영혼을 달래주는 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나치의 체코슬로바키아 지배부터, 영국에 세워진 망명정부, 유인원 작전 과정과 결과까지 날짜별로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고,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지막으로 저항했던 장소에 지하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내부 사진 촬영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숭고한 정신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진 않았다.


이들에게, 그리고 우리나라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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