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 and 2019.01.
우리의 첫 한달살이였던, 로마에서의 한달 이후, 3년 만에 로마를 찾았다. 그때는 아테네 한달살이 중이었고, 열정 없이 치열하기만 한 아테네를 떠나 로마로 추억여행을 가는 우리는,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듯 들떠 있었다. 아이들이 3년 전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고 했다. 사춘기 소년 소녀처럼 까르르 웃으며, 우리는 그렇게 before and after 사진을 남기게 되었다.
before: 딸 13세(초6 겨울방학), 아들 10세(초3 겨울방학)
after: 딸 16세(중3 겨울방학), 아들 13세(초6 겨울방학)
바르베리니 광장의 트리톤 분수가 너무 좋아서, 그 근처로 숙소를 잡았다. 숙소에 체크인하자마자 바로 뛰쳐나와 바르베리니 광장으로 향했다. 트리톤 분수만큼이나 애정 하는 꿀벌 분수. 현지인 할아버지께서 생수통에 물을 받아가시길 기다렸다가, 찰칵! 이제는 누나보다 훨씬 키가 커 버린 남동생이지만, 우리 집에서는 여전히 애교 많은 토깽이다.
‘두 번째 로마에서 꼭 하고 싶은 것’ 중 나의 원픽은 수로교 공원(사실 보르게세 미술관도^^)의 일몰 보기! 일몰 기다리다 공원 벤치에 누워서 낮잠도 자고, 양치기 할아버지에 이끌려 가던 양 떼도 보고 그랬었지. 베어진 고목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처음 로마에 갔을 때, 아라파치스에서 툴루즈 로트렉 전시회가 있었다. 로마에서 프랑스 화가의 전시회를 보는 것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화가라, 남편 귀국 전에 함께 갔었다. 아라파치스 앞에서!
첫 로마 때는 공사하는 곳이 너무 많았었다. ‘겨울에는 관광지 보수공사를 해야 하나 보다’ 했었는데, 두 번째 로마 때는 똑같이 1월인데도 공사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 스페인 계단마저 완전 개방이라, 얼마나 좋아라 했는지! 왼쪽 사진은 엄마한테 야단 맞고 찍었던 것이라 둘 다 울상이었는데, 오른쪽 사진은 ‘스페인 계단 공사 안 한다!! 우와!!’하며 좋아라 하다가, 표정도 이전처럼 울상으로 짓는다고, 울퉁불퉁 이상한 표정이 되었더랬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르베리니 광장의 트리톤 분수.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바르베리니 광장 앞에서 찍은 아이들의 사진은 모두 환하다. 행복하고 밝게 웃는 모습들이다. 트리톤이 불고 있는 뿔고동 위로 힘차게 솟아오르는 저 물줄기가 햇살에 비쳐 반짝이는 모습만큼이나 반짝이던 우리 아이들의 웃음. 그래서 내가 바르베리니 광장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닐까?!
“엄마, 우리 어서 트레비 분수에 동전 던지러 가요! 그래야 다시 또 오죠!”
3년 전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졌기 때문에 로마에 다시 올 수 있었다며, 첫날부터 서둘러 걸음을 재촉하여 동전을 던진다.
아이들의 세 번째 로마는, 언제, 누구와 함께 하는 로마일까?
‘얘들아, 좋은 사람과 함께 좋은 곳에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