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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는 마법 같은 시간

프라하 한달살이(2017-18)_까를교(성 얀 네포무츠키 조각상)

by limstory

프라하 구시가지와 말라 스트라나 지역을 연결해 주는 까를교.

한달살이를 하는 동안 까를교를 무수히 많이 걸었다. 구시가지 방향으로도, 말라 스트라나 방향으로도, 흐린 날씨에도, 맑은 날씨에도, 밤에도, 아침에도, 사람이 많을 때도, 한산할 때도... 그곳은 프라하 여행의 시작이 되기도, 여행의 마지막이 되기도, 여행 중 쉬어가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블타바 강을 가로지르는 보행자 전용 다리인 까를교 양 옆에는 총 30개의 석상이 있는데, 언제나 변함없이 주변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성 얀 네포무츠키 상 앞이었다.


- ENJOY 프라하(넥서스 BOOKS) 56쪽 캡처


석상의 동판 부조에는 조명을 받은 듯 반질반질 빛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들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물론 우리 가족도 그곳을 지날 때마다, 줄을 서서라도 기도를 하곤 했다. 소원을 비는 방법이 틀렸다는 건,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뭐 어떠랴..



어딜 가나 소원을 비는 곳이 많이 있다. 로마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에 있는 산 피에트로 동상은 발 부분만 닳아서 반짝인다. 이 발을 문지르면 행운이 온다는 믿음 때문에 우리 가족도 들를 때마다 줄을 서서 발등을 문지르곤 했었다. 제주도에 가면 돌 하르방을 만지며 소원을 빌고, 작은 산에 올라도 조약돌을 모아 석탑을 쌓고 발복을 기원한다.


어떤 면에서는 소원을 비는 모습이 ‘나에게 복 좀 주시오’ 하는 것 같아, 자기중심적이고 욕심쟁이처럼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또 다른 면에서는, 소원을 비는 그 순간, 사람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소원을 빌려고 하면, 항상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나를 위한 기도가 아니어도,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기도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한껏 행복해진다. '그래, 내 주변에는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지.'

기도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마법 같은 시간이다. 그것만으로도 나의 기도는 답을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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