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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 Nebozizek!

프라하 한달살이(2017-18)_Nebozizek과 PetrinTower

by limstory

그날은 아이들의 투닥거림에 지친 날이었다. 지금은 스무 살이 된 딸아이의 고백에 따르면, 자기는 프라하 한달살이를 하던 '중2'가 사춘기의 절정이었다고 한다. 좁은 공간에, 오롯이 우리 밖에 없는데, 아이들의 투닥거림과 나의 짜증이 길어봤자 서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몇 번의 여행에서 터득한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나에게 잘못하고, 나는 아이들에게 잘못을 한다.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하소연을 하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얻고서야 나의 마음은 너그러움을 장착할 수 있었다. 겨우 갈등을 일단락한 우리가 여행을 시작한 시간은, 이미 늦은 오후였다. 겁쟁이 엄마가 페트린 타워에 올라서 야경을 보자고 결정한 것도, 단지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섰기 때문이었다.


형형색색 조끼를 입고 현장체험학습을 나온 꼬마들과 함께 푸니쿨라를 타고 페트리진 언덕을 올랐다.



우리는 중간역에서 내려서 Nebozizek이라는 카페에 들렀다. 페트린 타워까지 가는 길에 정거장은 한 곳밖에 없고, 그 정거장에는 하나의 가게 밖에 없어서 헷갈릴 일은 없다. 미리 파악하기로, 분위기와 전망이 좋고, 사람들도 많지 않다고 하여 가보기로 결정한 것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라하에서 나의 최애 장소가 되었다.


첫째, 전망이 너무 좋다. 프라하 성과 시내 전망이 모두 좋다.

둘째,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좋다. 와인, 핫 초콜릿, 조각 케이크 등을 주문했는데, 모두 합격!

셋째, 분위기가 좋고, 정말 사람이 별로 없다. 처음 갔을 때는 한 팀이 있었고, 두 번째 갔을 때는 우리 밖에 없었다.


Nebozizek에서 바라본 프라하성 전망! 정말 최고다.


핫초콜릿 두 잔, 화이트와인(샤도네이) 두 잔, 치즈 케잌 한 조각(총 370코루나, 2018년 기준) / 맛도 너무 좋았다.


사람이 많이 없어서, 1~2 시간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있다.

나 혼자 샤도네이 두 잔을 마셨더니, 취기가 돈다. 취한 김에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엄마의 이스라엘과 영국에서의 1년 이야기로 한 시간을 넘게 보내다가,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페트린 타워에 오르기 위해 카페를 나왔다. 프라하 성에도 조명이 켜지고, 공원 전체가 고요하다. 진눈깨비가 흩날릴 것 같은 흐린 날씨다.


페트린 타워에 오르니, 눈이 흩날린다. 샤도네이 두 잔에 달아올랐던 뺨에 바람과 눈발이 들이친다. 술이 확 깨면서, 철 구조물의 미끄러움이 발끝에서 느껴진다. 다시 ‘겁쟁이 엄마 모드’가 되었지만, 잠시 저 멀리 프라하 시내와, 화려한 조명의 프라하 성을 한눈에 담는다.

무뚝뚝한 프라하 사람들에 지쳐 있던 나, 사춘기 아이들과의 생활 속에서 휴식이 필요하던 나. 혼자서 아이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짓눌려 있던 나. 오늘은 이러한 중압감에서 벗어나서, 제대로 휴식을 취한 오후였다. 프라하가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래서 이곳, Nebozizek은 프라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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